[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지난 6~9일 열린 조선노동당대회 이후 이어오던 침묵을 깨고 돌연 대화 공세를 파상적으로 펼치는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유화적 제스쳐를 보이다 기습 도발한 전례가 많아 북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지난 20~21일 이틀간 국방위 공개서한, 인민무력부 통지문, 김기남 당 중앙위 부위원장 담화 등을 통해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당대회에서 남북 군사회담 개최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중심의 체제가 숙청을 통한 공포 정치를 통해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북한 수뇌부가 생존을 위해 전후 맥락이나 논리를 따지지 않고 김정은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논리나 명분 등의 근거 없이 김정은의 지시면 무엇이든 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정권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에 비견되는 이유다.
마치 사투를 벌인 다음날 돌연 화해의 악수를 건네오는 듯한 북한의 처신은 주변국의 반응에 따라 대화 공세 지속, 비난 및 도발 재개 등 2가지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당대회에서 핵보유국임을 자처한 북한으로서는 이번 대화 제의를 통해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의 의견을 타진하거나 물밑 접촉을 재개하고 이들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실상 대화 제의를 통해 잃을 게 없는 입장이다.
북한은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이번 ‘대화’ 카드를 계속 제시하면서 대화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대화 제의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대화 제의로 미국의 의중을 떠볼 수 있게 됐다. 대북 제제에 적극적 동참 의사를 밝힌 중국, 러시아 측에도 이번 대화 제의 카드로 이들의 입장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가능해 보인다.
또한 군사적 충돌을 기피하는 여론을 업고 대화 분위기를 조장해 남남 갈등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북한은 대화공세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대화를 계속 제의하는 한편, 핵실험 등의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화 카드가 아무 효과가 없을 경우 기습적인 도발로 다시 정국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전 세계가 군사 충돌을 가급적 피하고 평화적 협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심리를 이용해 북한이 전통적으로 보여온 ‘치고 빠지기’식의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주목된다.
우리 군은 북한은 이미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군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대화 재개, 북한 측은 핵보유국으로서의 대화 재개를 주장하고 있어 남북 대화는 당분간 합의점 없이 평행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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