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박솔미는 ‘악인(惡人)‘속에 있는 ‘선인(善人)’이다.
악인이 처음부터 정해진 게 아니다. 돈과 권력으로 법을 위반하는 자는 악인이다.
대화그룹 정 회장(정원중)은 맨주먹으로 회사를 일으킬 때만 해도 ‘선인‘이었겠지만, 돈으로 탈법과 불법을 자행하고 돈에눈이 멀어 국민건강까지 위협하는 ‘악인’이 됐다.
신영일(김갑수) 서울중앙지검 검사장도 후배 조들호 검사와함께 열심히 일하는 검사였지만, 대화그룹 봐주기 수사로 금전적 이득을 챙기는 등 비리를 일삼는 ‘악인’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너무 쉽게 뒤집는 검찰간부다.
국내 최대 로펌 금산의 장신우 대표(강신일)는 이런 대화그룹을 클라이언트로 두며 악덕기업을 변호하면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고 대화의 비자금과 차명계좌까지 관리하는 ‘악인’이다.
이 드라마의 대표적인 선인은 조들호 변호사(박신양)다. 매번 당하기만 하는 사회적 약자와 각종 ‘을‘들의 억울한 사건과사고들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사이다여서 통쾌하다. 하지만 국내 최대 로펌과 검사장, 재벌그룹의 전략과 전술을 너무 쉽게 무력화시키고, 현실에서는 멋있기 어려운 동네 변호사가 너무 멋있게 나오는 게 너무 판타지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장신우 대표의 딸인 장해경 변호사를 연기하는 박솔미는 아버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캐릭터로 분량은 그리 많지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과정을 관찰해볼만한 캐릭터이다. 보육원 출신의 조들호 변호사와 결혼했던 것부터가 아버지와는 다소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금산이라는 조직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17일 방송된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박솔미는 ‘중대 결심’을 했다.
대화그룹의 비자금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자신의 회사인 법무법인 금산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해경은 전 남편 조들호를 만나 대책을 강구했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대화그룹의 정회장, 금산의 장대표, 검찰의 신지검장을 둘러싼 ‘검은 커넥션’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국내 최대 로펌인 금산은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아버지 장대표는 구속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해경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애틋한 ‘모성애’였다.
해경은 들호에게 “수빈이는 아빠를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수빈이에게 그렇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용기가 부족했지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들호는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당신은 기자회견이 준비될 때까지 수빈이를 데리고 ‘그곳’에 가 있어”라고 당부했다.
들호가 말한 장소는 ‘보육원’이었다. 고아로 자란 들호에게 그곳은 마음의 고향이며 영혼의 쉼터였다. 하지만 언젠가 수빈에게 보육원을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들호의 제안에 해경은 “구질구질해서 싫다”며 거절했었다. 그랬던 해경의 심경 변화는 지난 시절의 과오를 청산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변신을 예고하는 단호한 결심이었다.
보육원에서 들호네 가족이 정답게 밤하늘의 별을 보던 행복한 장면은 그 뒤에 몰아칠 불행의 서막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기자회견을 앞두고 전격 체포된 해경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극중 연수원 동기였던 박신양 박솔미 류수영 세 사람의 엇갈린 운명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스토리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결국 박솔미는 조들호를 도와주려다가 김갑수가 쳐놓은 음모의 덫에 걸려 탈세 혐의로 체포돼 수갑을 찼지만, 악인들속에서 각성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멋있는 인간으로 될 박솔미의 차분한 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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