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대작(代作) 논란’으로 세간의 파문을 일으킨 방송인 조영남에 대해 미술계가 ‘미술을 우습게 본다’면서 ‘작가의 겉모습을 어설프게 흉내, 프로인척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대작이 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미술 전문가들이 상반된 견해를 내놓으며 조수에게 자신의 그림 작업을 맡기고 이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17일 미술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지난 16일 조영남의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무명 화가에게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렸다는 제보를 받고 사기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조영남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조수를 두고 작업하는 게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발언을 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미술계에선 이에 대해 조영남이 미술을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양화가인 한 대학교수는 “그동안 방송이나 언론에 나온 조영남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미술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미술을 가볍게 대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예술적 고민 없이 기술적인 작업보다 ‘작품의 개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미술의 겉모습만을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른 미술대학의 교수는 또 “예전부터 루벤스 등 많은 거장도 도제식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전수하기 위해 조수나 제자를 두고 자기 그림의 일부 작업을 맡겼고, 제자들도 자신들의 경력을 위해 영광으로 여기며 기초 작업을 도왔다”며 “그러나 가수와 방송이라는 본업이 따로 있는 조영남은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품의 내용이 방대하거나, 대규모 인력의 협업이 필요한 설치미술의 경우는 조수나 제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영남이 유명인이어서 화가로서 이름을 얻은 것이므로, 일부라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렸다면 분명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평도 이어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조영남이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화제가 된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프로 작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조수를 시켜 그렸다는 점을 밝혔지만, 조영남은 평소 조수를 썼다고 말한 적이 없으므로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조영남의 대작 의혹이 철저하게 규명돼야 하지만, 법의 잣대가 아닌 예술계 내부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견해도 상당수였다.
한편 이번 대작 논란에 대해 보조 작가의 완전한 대작이 아니라, 조영남이 작품의 콘셉트를 잡고 핵심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 사건은 대작 그림에 조 씨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대작이 어느 수위까지 이뤄졌는지가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를 위해 미술계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는 한편 대작 그림이 실제 판매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