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결혼이 어려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뜻도 없고 아예 의지도 없어보인다.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세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미혼자들의 절반 가량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결혼하고서도 맞벌이로 일에 치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 부담에 아이 낳을 여력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1.24명으로 15년째 1.3미만의 초저출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머지않아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저출산의 근본원인인 만혼과 비혼을 극복해야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선진 강대국 ‘30ㆍ50클럽’ 가입도 가능해진다. 저출산이라는 어마어마한 산(山)을 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결혼과 출산이 선망이 되는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혼ㆍ출산 친화적인 사회분위기 조성에는 민관이 따로 없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더 늦어지기 전에 우리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로 만혼ㆍ비혼 극복을 중심으로 한 저출산 해법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취직 재수 삼수…출발부터 늦어 결혼평균연령 남 32.6세-여 30세 엄마되는 나이는 31세 세계 최고

대기업에 다니는 A씨(38)는 지난해 가을 결혼했다. 1살 아래인 부인과 3년 전 연애를 시작하면서 결혼을 서두르려 했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출발이 늦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했으나 그만두고 취업 삼수를 했다. 취업후에는 일에 치여 연애할 겨를이 없었다. 연애를 하면서도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결혼은 뒤로 미뤄졌다.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도 결혼을 늦춘 이유가 됐다. A씨 부부는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 A씨 부부가 올해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내년에 출산하고 나면 둘째를 기약하기 쉽지 않다. 첫째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 A씨의 나이는 쉰을 훌쩍 넘는다. A씨 부부처럼 늦게 결혼하면 출산 때를 놓쳐 임신하기가 어려워지고 둘째, 세째아이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다.

심각한 ‘초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한국이 출산률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늦게 결혼하는 만혼(晩婚), 그리고 혼인 의지가 없는 비혼 (非婚) 풍조를 깨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A씨 같이 늦게 결혼하는 남성과 여성이 즐비하다. 학교에서는 스펙을 쌓고 취업이다, 내집마련이다, 혼수장만이다 해서 결혼하기가 만만찮다. 그야말로 ‘결혼이 어려운 사회’다.

여성의 초혼연령은 30세를 넘어섰고, 이러다 보니 첫아이를 낳는 초산연령이 세계에서 가장 늦다. 고령출산으로 둘째 셋째아이 나을 기회를 잃으면서 저출산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접어든 것이다. 대한민국 가정에서 아기울음 소리가 사라져가고 이유다.

▶결혼 늦어지고 ‘비혼’ 경향 뚜렷= 여성 학력이 높아져 사회진출이 늘고, 취업률이 올라가면서 결혼을 미루는 만혼이 ‘대세’다. 역대최고치를 계속 잘아치우는 평균 초혼연령이 이를 대변한다.

지난해 처음 결혼한 남자는 평균 32.6세, 여자 30.0세로 모두 30대를 넘겼다. 여성의 평균초혼 연령이 30대에 진입한 것은 1970년 통계작성이래 처음이다. 20년 전인 1995년에 비해 남성 4.2세, 여성 4.7세나 늦어졌다. 2000년까지만해도 남자 29.3세, 여자 26.5세로 모두 평균 20대에 결혼을 했지만 지금은 먼 옛날 얘기다. 초혼연령을 늦춘 것은 안정된 직장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진 청년취업 현실과 높은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전국에서 집값과 전셋값이 가장 비싼 서울(남성 33.0세, 여성 30.8세)의 초혼연령이 가장 높았고,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울산은 남성 초혼 연령(32.0세)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혼 의지가 없는 비혼 경향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결혼건수 총 30만2800건으로 2003년 30만 2500건 이후 가장 낮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粗)혼인율’은 5.9건으로 1970년(9.2건) 통계 작성이후 역대 최저다. 조혼인율은 1980년에는 10.6건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뒤 계속 내림세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 주연령층인 20대 후반~30대 초반 남녀 인구가 전년보다 20만명 정도 줄어든데다 경제성장률 둔화, 청년실업률 상승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남녀 모두 학력이 높아지고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늘어난 점이 초혼연령을 높이는 이유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 엄마 되는 나이 31세…세계서 가장 늦어=주부 B씨(47)는 외동딸(7)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양육비를 미리 마련할 생각에 결혼후 출산을 미뤘는데 아이 뒷바라지 걱정에 숨이 막힌다. 남편이 언제 경제활동을 그만둘지 몰라 노후계획은 엄두도 못낸다.

여성의 학력·취업률이 높아져 결혼이 늦어지고, B씨처럼 출산을 미루는 바람에 한국 여성의 초산(初産) 연령은 지난해 30.97세로 세계서 가장 늦다. 1993년(26.23세)부터 20여년만에 4.74세나 늦어졌다. 2013년 첫아이를 출산한 산모 가운데 30세이상 산모의 비율은 60.4%로 1993년(11.8%)보다 5.1배 늘었다. 10명의 신생아 가운데 6명이 30대 산모가 낳는다는 얘기다.

유럽연합통계청연감(EURO STAT)과 OECD, 한국·일본 통계청의 2013년 초산연령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30.7세로 가장 높고, 이탈리아(30.6세), 일본·스페인·스위스(30.4세), 룩셈부르크(30.0세)가 뒤를 잇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권의 일본·홍콩·싱가포르보다 초산연령이 높다.

‘35세 이상 고령 출산’은 출산 불안감을 키워 저출산 가속화를 부르고 있다. 만혼과 고령 출산 뒤에도 자립할 나이에 못 미친 ‘캥거루 자녀’ 부양 의무 때문에 노후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늦둥이 사회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학력 수준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여성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연령이 늦어졌다. 주 출산 연령대인 25~34세 남녀의 대학 교육(전문대 포함) 이수율은 2000년만 해도 37%로 일본·캐나다(48%), 핀란드(39%), 미국(38%)보다 낮았다. 그러나 2014년 한국이 68%로 일본(59%), 캐나다(57%), 미국(46%)을 뛰어넘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들은 고학력일수록 취업도 잘 돼 결혼을 않거나 미루고, 늦게 결혼해도 아기 낳기를 주저해 저출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적 문제 외에 직장 내 경쟁·압박 때문에 아이를 가진 뒤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힘들 거라는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합계출산율 1.24명 초저출산=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2014년까지 9년간 66조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1.3명에도 못미치는 ‘초저출산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1.23명, 2015년 1.24명으로 제자리걸음이다. 합계출산율은 전업주부가 2.12명으로 그나마 높지만, 맞벌이 여성은 0.7명으로 극히 낮다. 그간의 저출산 정책으로 일하는 엄마의 출산을 장려하지 못한 것이다.

한편 만혼으로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와 체중 2.5㎏미만 저체중아 등 고위험 신생아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1만6177명(3.8%)이던 고위험 신생아는 2014년 1만8871명으로 16.7%(2694명)나 늘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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