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면 제2의 알리안츠가 속출할 수 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 법인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 가량의 헐값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지며 보험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고금리 장기형 상품으로 인한 역마진 위기에 처한 가운데, 새 회계기준 IFRS4 2단계가 적용되면 부채가 급증하면서 알리안츠처럼 헐값에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알리안츠 매각은 ‘IFRS발 지각변동’의 신호탄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알리안츠 헐값 매각 왜? = 중국 안방보험이 알리안츠 한국법인을 당초 예상가인 2500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35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리안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16조6510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 기업이다. 알리안츠가 지금까지 한국법인에 쏟아부은 돈만 1조2000억원 이상이다. 여의도 알리안츠타워빌딩 가치만 따져도 1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할 때 35억원이라는 매각가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선 알리안츠의 부실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2012년 200억원, 2013년 513억원, 2015년 8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어 가까스로 손실을 면한 2014년(64억원 순이익)을 제외하면 최근 몇년 간 적자 경영상태를 지속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판매했던 고금리 장기형 보험상품으로 인한 부채다.

이미 판매한 고금리상품의 역마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은 이를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거나 신상품 판매를 통해 고금리 상품의 비중을 낮춰왔다.

이에 비해 알리안츠는 신상품 판매가 부진해 고금리 상품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때문에 고금리 상품에 따른 부채 증가,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지출 등이 거래 금액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면 계약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장기적인 것이다보니 향후 내부 부실과 자본투여 이슈 등을 놓고 안방보험과 이면계약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 가량의 헐값에 팔리자 보험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알리안츠생명 본사 빌딩으로 가치가 1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 가량의 헐값에 팔리자 보험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알리안츠생명 본사 빌딩으로 가치가 1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유럽이 올해부터 적용하는 새 자본규제제도(SolvencyII)도 이번 거래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솔벤시II가 적용되면 미래의 예상손실을 현재 자산가치에 미리 포함해 지급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유럽의 새 감독체계 아래에서는 한국법인의 재무현황이 독일 본사의 연결 재무제표에 함께 반영된다.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유지하려면 1조원대까지 증자가 필요하다. 이에 지금이라도 ‘털고 나가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서 고금리 상품 역마진과 준비금 부족까지 감당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에서 헐값에라도 매각을 서둘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IFRS발 위기, 보험업권 전반 확산 =문제는 시가평가를 반영한 새 회계기준이 4년 뒤 한국에서도 도입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IFRS4는 총 43개 국제회계 기준서 가운데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2011년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회사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았지만, 보험계약 부문에서는 도입시기를 1∼2단계로 나눠 유예기관을 뒀다.

2단계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4년 회계 기준으로 볼 때 보험부채가 약 42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평가 결과에 IFRS4 2단계 기준을 단순 적용(상품 포트폴리오별 상계 불인정)하면 보험업권의 총자본금이 59조원에서 17조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격이 불가피하고,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수십조원의 자산을 갖고도 수십억원에 매각된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할 경우 보험사들의 위기는 더 심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제 전 알리안츠 사장은 ”외국계인 PCA생명과 ING생명이 왜 매물로 나오겠는가. 그룹 입장에서는 저금리 기조에서 고금리 상품 역마진과 준비금 부족까지 수천억원이 넘는 이런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알리안츠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