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난달 19일 취임한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최근 경제 제제가 해제된 이란 등에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체투자 규모는 400억달러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많이 받고 많이 버는 ‘스타플레이어’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노무현 비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사장직에서 버티던 전임 안홍철 사장 사건을 교훈 삼아 CEO 해임 요건을 정관에 명문화하는 ‘혁신 계획’도 발표했다.

은 사장은 17일 서울 중구 KIC 본사 대회의실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의 AIIB 설립과 함께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진출 채비도 바빠지고 있다”며 “시공 능력은 있지만 자금이 따라주지 않는 회사에 대해 저희들이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대출해주는 것은 다른 금융기관들도 모두 하고 있는 것이다. KIC가 하는 것은 해외수주 선진화 방안 등으로, 다른 인프라 투자나 대체 투자도 우리의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투자 비중을 지난해 12.4%에서 오는 2020년에는 20%로 확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KIC의 위탁 자산은 800억달러(2015년 12월말) 수준이고, 2020년 목표하는 위탁 자산 규모는 2000억달러 수준이다. 위탁자산 규모가 목표대로 확대될 경우 2020년 대체자산 투자 규모는 4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은 사장은 대체 투자 위험 요소도 간과치 않았다. 그는 “대체투자가 최근의 투자 트렌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목표 달성에 급급해 성급히 나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KIC 입장에선 뼈아픈 과거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KIC는 과거 고유가 시장을 전망하면서 오일샌드 등 에너지 개발 투자에 나섰지만 최근 유가 폭락으로 투자 7건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 실패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주식투자처럼 ‘손절매’ 기준선도 정하기로 했다. 은 사장은 “대체투자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자산의 중도 매각 또는 조기 회수를 실시하는 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IC 직원들의 임금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은 사장은 “사장인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그는 “운용규모 100조원에서 수익률이 1%가 나면 1조원이 수익이 된다.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받아가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KIC 혁신 계획에는 ‘CEO 해고 규정 명문화’도 포함됐다. 이는 전임자였던 안홍철 전 사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사퇴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텼던 지난해 말 상황이 고려된 조치로 분석된다. 안 전 사장은 감사원의 해임건의 방침을 사전에 알고 퇴직금을 전액 수령키 위해 자진사퇴 한 것으로 밝혀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KIC는 2월 중으로 사장과 임원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정관에 명시키로 했다. 임원의 책임을 강화하고 전횡을 방지하겠다는 얘기다. 정관을 위반했을 때에는 해임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익명의 내부제보채널도 도입해 상급자가 부당지시를 했을 때 하급자가 이에 대한 이의 제기를 내부제보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청렴도 조사를 실시해 부당한 업무가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준법감시인-자체감사-감독위원회로 3중으로 된 내부통제장치도 마련한다.

은 사장은 “올해는 KIC가 내실을 다지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 내년에는 올해 다진 내실을 바탕으로 공격적 또는 적극적으로 운용을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취임한 은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