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불출마를 선언한 ‘쓴소리’ 이한구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첫마디부터 ‘현역 물갈이’이다. 친박계의 ‘물갈이론’이 탄력받을 모양새다.

친박계이지만 또 기존 친박계와도 결이 다르다. 불출마를 선언해서도 “함량 미달의 국회의원에 제재를 가하지 못한 점”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가 의원 시절 마지막에 다시 칼을 쥐었다. 비박계는 물론, 현역 친박계마저도 안도할 수만 없을 ‘판도라의 상자’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4선의 이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내 ‘미스터 쓴소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 ‘경제교사’로 불리는 친박계이면서도 현 정부 경제정책에도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의원이 공관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첫 마디가 ‘현역 물갈이론’이다. 이는 사실 예견된 수순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공관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지난 1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16년 국회의원 시절 동안 가장 아쉬운 점으로 “원내대표 시절 국회개혁을 절반밖에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없애고 자질이 부족한 국회의원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선 이를 꼭 이뤄내길 바란다”고도 했다.

공관위원장이 된 이후 첫 발언에서부터 “현역의원이라도 저성과자나 비인기자는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밝힌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그만큼 ‘현역 물갈이’에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현역 물갈이론은 친박계의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수(數)에서 부족한 친박계로선 이번 총선에서 최대한 현역을 물갈이해야만 새 판을 짤 기회가 열린다. 진박(眞朴)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선거다. 전략공천, 인재영입, 현역물갈이 등 친박계가 주장하는 요구마다 기저엔 이 같은 계파 이해관계가 깔렸다. 친박계가 이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적극 추대한 배경이다.

한편으론, 이 공관위원장의 칼날이 현역 친박계에도 미칠 수 있다. 현역 물갈이론이 친박계 전체로 보면 이득일 수 있지만, 당장 현역 친박계 역시 ‘물갈이론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박계의 반발은 이미 거세다. 노골적으로 상향식 공천 의지를 꺾고 있다는 반발이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저성과자, 비인기자에 대한 판단도 경선을 통한 유권자의 몫”이라며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차원에서 배치되는 게 아닌지 본인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