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12ㆍ21일 개각으로 경제수장에서 물러나 국회로 복귀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이 유난히 밝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를 이끌며 성장세를 돌려놓고 국가신용등급도 사상 최고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에도 불구하고 성장기반은 그 어느 때보다 약화돼 있고 잠재성장률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ㆍ고령화 시대 경제체질 변화를 위한 구조개혁은 헛도는 가운데 청년층을 비롯한 고용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최 부총리에게는 ‘시련의 시절’이었다. 연초에 터진 연말정산 파동이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 및 법인세 인상 논란으로 확대돼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들끓는 민심과 치솟는 직장인들의 분노에 세법을 개정해 연말정산을 소급 적용하는 사상 초유의 처방으로 일단 위기를 넘겼다. 정책 실패로 인한 타격은 컸다.
연말정산 파동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5월말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국민적 공포로 경제활동이 위축됐고, 유통업과 자영업, 관광업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도 한달도 빠짐없이 감소세를 지속했다.
최 부총리에게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지루한 시절이었다. 메르스 사태에다 노사정의 공전을 비롯한 지지부진한 개혁, 8월에는 중국의 느닷없는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금리인상 임박에 따른 신흥국 위기 우려 등 한국경제는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그러나 9월 햇살이 비췄다. 9월13일 노사정 대타협에 이어 곧바로 S&P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3분기엔 대대적인 소비촉진책으로 성장률을 전기대비 1.3%로 끌어올렸고, 최근 무디스는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고로 올렸다.
이미 국회로의 복귀가 예정된 ‘말년 병장’ 상태에서 ‘제대증’을 받지 못해 경제수장 역할을 지속해온 최 부총리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바톤을 넘길 수 있게 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제 경제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해 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당장의 경제상황은 물론 미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며 장기저성장 국면으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수출은 올들어 한달도 빼놓지 않고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가계 부채는 1166조원을 넘어 1200조원에 달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 투입하다보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동개혁의 전기가 마련된 듯했으나 이후 3개월이 넘도록 관련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노사정 대타협은 실효성 없는 양해각서(MOU)에 불과하다. 금융개혁 등 다른 개혁과제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제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한 소비는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려운 상태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집행한 측면이 강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마저 침체하면 기댈 언덕이 없다.
이런 가운데 대외불확실성의 파고는 1997년말 외환위기 직전과 같은 처지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신흥국의 위기 등이 모두 한국경제를 엄습할 요인들이다. 자칫 위기관리에 헛점을 보일 경우 투기자본이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최 부총리는 꽃다발을 받고 국회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남겨놓은 위험한 경제현실은 다음 경제수장은 물론 국민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숙제다. 물론 최 부총리가 받는 꽃다발은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경제활력과 구조개혁을 위해 뛰어온 데 대한 적정한 보상일 수 있다. 새로 경제수장을 맡게 되는 유일호 의원이 최 부총리의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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