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Moody‘s)가 지난주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등급인 Aa2로 올렸지만 우리경제엔 취약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디스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얘기다. 자칫 자만했다가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1997년에도 역대 최대등급을 받아 자만했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던 만큼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같은 등급의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신용위험지표와 한국이 향후 구조개혁을 실행하고 경제ㆍ재정 회복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상향조정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경제전망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회복기미가 없는 수출 ▷점차 ‘시한폭탄’으로 바뀌고 있는 눈덩이 가계부채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는 거시건전성 지표와 대외 채무이행 능력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반면, 잠재위험 요소나 경제전망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의 신용등급 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외환위기가 닥치기 이전에만 해도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최고수준으로 올리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정작 위기가 닥치자 일제히 태도를 바꾸어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위기를 부채질했다.
무디스는 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까지 당시로선 역대 최고등급이던 A1을 유지하다 불과 두달 사이에 6개 등급을 강등, 정크본드인 Ba1으로 낮췄다. S&P도 1997년 8월까지 역대 최고인 AA-를 유지하다 불과 4개월 보름만 사이에 11계단을 강등했다.
둘째는 저성장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경제체질을 바꿀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주요 개혁과제로 노동과 금융, 공공, 교육 등 네 부문의 개혁방침을 정했지만, 구체적인 개혁에선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용등급 상향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노동관련법 등) 구조개혁 입법이 지연되면 대내적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인도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그 동안 우리경제의 성장엔진이었던 수출이 이제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둔화와 신흥국의 맹추격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데다 미 금리인상으로 대외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수출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내수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 고용ㆍ소득 악화와 부실기업 증가 등이 우려된다.
넷째는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그 동안 눈덩이처럼 늘어난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돼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12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증가하면서 소비 증가 등 경제의 침몰을 막았지만, 이제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의 평가는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자만했다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불안요인들을 조기에 제거하지 못하면 한국경제가 갑작스런 위기에 처하거나 일본처럼 서서히 침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