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몽블랑 촬영 때 마침 기상도 되게 안 좋아서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아, 예술이예요.”
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황정민은 몽블랑에서의 고생담을 담담하게 전했다. 그는 “실제 휴먼원정대가 올라갈 때 날씨 안 좋았던 상황을 찍어야 하는데 네팔에선 날씨가 쨍쨍해서 못 찍었다”며 “진짜 눈보라랑 강풍기랑은 다르잖아요”라고 덧붙였다.
황정민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이 엿보였다. 그의 연기에 왜 진정성이 묻어나는지 알겠다 싶었다.
황정민은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대작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에서 조난 당해 숨진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등정에 나선 휴먼원정대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황정민과 박무택 역에 정우를 비롯해 캐스팅도 화려하다. 조성우ㆍ김인권ㆍ라미란ㆍ김원해 등 중량 있는 조연들이 감칠맛을 냈다.
‘산악 영화’인만큼 필름 곳곳에 배우와 스태프가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다. 해발 수천 미터의 고도와 영하의 추위 속에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크레바스를 건너야 했다. 고산병에 시달리는 배우와 스태프들도 수두룩했다.
특히 몽블랑 촬영은 고됐다. 빙하가 갈라져 생긴 크레바스를 건너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배우들까지 나서 맨몸으로 촬영장비를 짊어졌다. 산장에서 무려 한 시간 반 가량 떨어진 거리를 걸어야 했다. 설피(雪皮)를 신고도 눈 속으로 정강이까지 빠져들었다.
“네팔은 야크가 있어서 짐을 실을 수 있는데 몽블랑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 내가 제일 큰 짐을 딱 메고 나서면서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라고. (웃음)” 그렇게 황정민은 촬영 회차를 거듭할수록 ‘산쟁이(산악인)’가 됐다.
하지만 진짜 ‘산쟁이’란 어떤 것인가 묻고 또 물었지만 엄 대장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했다. “듣고 싶은 데 가르쳐주질 않는다. 왜냐면 실제로 산악 8000m 가면 죽음과 삶이 바로 직면해 있다. 인간이 되게 단순해지고 왜소해진다. 그 안에서 오는 감정들을 드러내기 힘들어진다”고 황정민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말했다.
다만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엄 대장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나를 알게 되고 조금씩 접점이 생겼다”고 했다. 또 촬영이 위험할 수록 “생과 사가 걸리니 잔소리가 많아지더라”며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독려했다가 성질도 냈다가 하니까 엄 대장하고 산에 올랐던 사람들이 “(엄)홍길 형하고 똑같은데” 라는 말을 했다”고 웃어보였다,
아울러 그는 실제 박무택 대원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숨진 박정복(김인권) 대원에 존경을 표했다. 실제 극 중에서 엄 대장이 박정복 대원의 등정을 가장 ’위대한 등정‘이라고 추켜세우는 장면을 “이 영화의 주제”라고도 꼽았다.
그는 결국 이 영화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단 한번도 정상을 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인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눈 속에서도 인간애로 펄펄 끓어오를 배우다.
한편 황정민은 앞서 출연한 ‘국제시장’과 ‘베테랑’이 연타석 ‘1000만 관객’ 홈런을 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히말라야’의 흥행 성적은 그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다른 대작 ‘대호’와의 대결로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두 영화의 흥행 대결을 황정민과 최민식과의 연기 대결로 본다.
“민식이 형은 형대로 선 굵은 연기 있는데 제가 감히 평가하겠냐.” 황정민은 아예 손사래를 쳤다. “‘대호’팀은 너무나 친했던 가족들 같은 팀이라 잘 돼야 한다”며 “이번 여름 ‘베테랑’과 ‘암살’처럼 쌍끌이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황정민은 ‘대호’의 박훈정 감독과 ‘신세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현재 뮤지컬 ‘오케피’의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그는 내년 1월부터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 촬영에 임한다. 황정민은 “(아수라에서) 한 도시의 시장이고 악의 원흉으로 출연한다”며 “대본도 재밌지만 (김성수) 감독님하고 작업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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