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책값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학교 도서관에서 비싼 전공책을 빌려 학기가 끝날 때까지 책을 연체하는 얌체족(族)이 늘어나 학생들 불만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소재 A 사립대학의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대나무숲’에 도서관 전공 도서 반납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공 서적 대출일이 9월 25일인데 아직도(10월 26일) 반납을 안 한 사람이 있다’며 ‘학기 내내 연체료를 내고 도서관 책을 혼자 보겠다는 심보인 것 같은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글 밑에는 수십 번의 ‘좋아요’ 버튼이 눌러졌다.
한 학생은 댓글란에 ‘가끔 수업시간에 보면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한 전공 도서에 밑줄을 긋고 필기까지 하는 학생들도 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하나’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전공 서적을 연체할 경우에는 연체료를 은행의 복리처럼 비수열 방식으로 비싸게 매겨야 한다’는 등 비양심적 행태를 지적하는 댓글이 잇달았다.
이 같은 도서관 전공 도서 얌체족이 발생하는 까닭은 전공 도서를 사는 것보다 차라리 학교 도서관 연체료를 내는 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A 대학의 경우 도서 연체 관련 규정을 확인한 결과 하루 당 100원의 연체료가 부과되지만, 최대 2만원까지만 부과돼 2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전공 서적은 사실 연체료를 내는 게 더 이득이 된다.
이 같은 사례는 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체를 감수하고 대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기 내내 도서관에서는 웬만한 전공책은 거의 ‘멸종’ 상태가 된다.
서울의 B 사립대 경영학과 학생 주모(23)씨는 “방학이 끝나고 학기 초가 되면 강의 교재로 채택되는 전공 서적은 일찌감치 도서관에서 동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이전 학기 강의계획표를 참고해 방학 중에 미리 전공 책을 다수 대출하는 부지런한 ‘얼리어답터’도 있고, 미리 확보해 둔 전공 서적에 맞춰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까지 있다”고 했다.
학기 중 전공책을 대출한 적이 있다는 서울의 한 여대 재학생 김모(22ㆍ여)씨는 “일부러 반납을 안 한 경우는 없지만 대출 후 수업에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서 반납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20대 삶이 날로 팍팍해지면서 이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비싼 등록금과 책값 탓에 마냥 얌체족을 욕할 수만도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모(22ㆍ여)씨는 “얄밉지만 넉넉히 여유가 있으면 그런 행동을 하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다들 취업이다 알바다 힘들어 하니 이기심을 판을 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