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정부가 좀비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수익은 나지 않는데 빚을 얻어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좀비기업들을 지금솎아내지 않으면 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신호탄은 쏘아 올려졌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중소기업들의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좀비 중소기업 175곳을 솎아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40%(50개사) 증가한 규모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12곳 이후 최대 규모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은행들로부터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결과를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기업을 네 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들 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있어 워크아웃을 진행할 C등급( 70개)과 살아날 가능성이 없어 법정관리에 들어갈 D등급(105개) 기업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지난해보다 29개 증가한 105개사, 비제조업은 지난해보다 21곳 늘어난 70개사가 선정됐다.
금감원은 향후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업무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관련업무 처리의 적정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과 영업활동 등을 감안해 업체명은 밝히지 않았다.
당국은 이어 다음 달에는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선정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6월 상반기 대기업 중 572개 세부평가대상 업체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 지난해보다 1개 늘어난 35개 업체(C등급 16개, D등급 19개)를 구조조정 업체로 선별했다.
하지만 경영악화와 잠재부실 우려가 있는 대기업에 대해 한 번 더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을 골라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채권단과 법원을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가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연내에 밀어부치기로 한 것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불경기 여파로 기업의 상환능력이 떨어진데다 일부는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야 국내 자본시장이 안정돼 이들 기업이 빚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불경기 등 글로벌 불안 요인이 현실이 되면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종별 구조조정 계획도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고 관계부처와 금감원, 국책은행 등이 참석하는 정부 내 협의체에서 업황 분석 및 전망,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내놓는다. 대우조선해양 등의 조선업종과 장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5대 업종이 일단 검토 대상이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한 법안마련도 추진중이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상시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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