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가뭄과 홍수 등 극심한 기상 대란을 동반하는 ‘슈퍼 엘니뇨’가 예고된 가운데 이미 엘니뇨 부작용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9월 식량가격지수는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엘리뇨 후폭풍의 결과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곡물, 육류, 유제품, 설탕 등 23개 품목의 국제가격동향을 수치화한 통계지표다. 지난해 3월 213.8포인트를 기록한 이래 저유가 영향 등으로 18개월 연속 하락을 거듭하다 지난 9월 소폭 상승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엘니뇨로 인한 설탕가격 상승과 뉴질랜드의 유제품 생산 규모 축소로 인한 유제품 가격 상승이 가격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엘리뇨가 시작되면 아시아와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가뭄, 중남미지역에선 폭우나 홍수가 발생한다.
이로인해 세계 1위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 2위 생산국 인도, 2위 수출국 태국의 사탕수수 재배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까지의 전세계 설탕 생산량이 다소 부족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전망했다.
호주와 인도, 필리핀 등 농업을 주력 산업으로 둔 국가들은 가뭄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엘니뇨로 인한 가뭄이 극심해지자 곡물 생산량 예상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ㆍ코코아협회(Vicofa)는 올가을 커피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고, 태국쌀수출협회도 15~20%가량의 수확량 감소를 예견했다. 호주도 밀 수확량이 예상보다 200만톤 이상 감소한 2530만톤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농산물가격 상승으로 관련 가공식품과 공산품 가격도 동반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팜오일 가격 상승에 따라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립스틱, 팜오일 가공식품 등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농산물 생산량 감소는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전역에 특히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북반구는 최근 한창 수확이 진행되고 있지만, 남반구는 이제부터 생산을 준비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우, 올 엘리뇨현상으로 농업에 타격을 입으면 농산물 값이 2배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엘리뇨에 따른 가뭄과 수자원 부족은 농업뿐만 아니라 광업, 전력(수력발전) 등 다른 부문에서도 피해를 유발해 경제성장을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골드만삭스가 엘리뇨 영향으로 내년 호주 성장률이 2%를 하회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토양 속 수분 부족으로 내년도 세계 농업생산이 부진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식료품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