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ADT캡스챔피언십은 서희경(당시 23세 하이트)과 유소연(19 하이마트)이 시즌 마지막에 겨루는 최고수들의 결정전이었다. 두 선수의 상금이 1,000만여 원 차이(서희경이 6억376만원으로 1위, 유소연은 5억9,358만원으로 2위)였고, 둘 다 4승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우승 포인트까지 간발의 차이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 대회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월간지인 <골프다이제스트>에서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콘셉트의 서희경과 유소연이 한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사용했었다. ADT캡스가 보안업체인만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이면서 동시에 이 대회에서 이겨야만 여왕에 오를 수 있다는 동료이자 라이벌이라는 의미를 살린 기획이었다. 11월20일부터 3일간 제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파72 6,296야드)에서 열린 대회 직전까지의 전적도 막상막하였다. 서희경은 9월 신세계KLPGA선수권 2위에 이어 10월 하이트컵챔피언십과 KB국민은행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우승했다. 2주 전에 열린 대신증권 토마토투어 한국여자 마스터즈에서 4위에 올랐다. 유소연도 만만치 않았다. 8월 SBS채리티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으나 하이트컵챔피언십 4위, KB국민은행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 4위에 올랐고, 대신증권 토마토투어에서는 연장전 끝에 2위를 차지했었다. 대회 조직위는 첫날부터 파격적으로 2인1조로 매치 형식의 경기를 치르도록 했다. 1라운드는 상금 랭킹대로 서희경과 유소연이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1라운드에서 서희경은 1오버파 73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유소연은 바람 때문에 몸이 위축된 탓에 2오버파 74타 스코어를 적어내 공동 7위에 머물렀다. 반면, 제주 출신인 편애리(19 하이마트)가 버디 7개, 보기 4개로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3언더파 69타)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제주도로 전학한 뒤 중·고등학교를 제주에서 마친 편애리는 “춥고 바람 불면 누구나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중학교 때부터 제주도에 있어서 그런지 바람에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둘째날도 바람이 불었고, 서희경과 유소연의 타수 차는 더 벌어졌다. 파3, 14번 홀(147야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서희경의 티샷은 뒷바람을 타고 핀에 붙어 버디로 연결됐지만 유소연은 바람을 너무 의식해 컨트롤 샷을 시도하다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 세 홀 연속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라운드를 마치자 서희경은 71타로 한 타를 더 줄여 이븐파로 2위였고, 유소연은 5오버파로 중간 합계 7오버파로 공동 14위였다. 첫날 선두 편애리는 1오버 73타 스코어를 적어내 2언더파로 서희경과는 2타 차였다. 마지막 날 서희경은 디펜딩챔피언이자 상금 선두로서의 저력을 발휘했다. 선두에 2타 뒤진 2위로 시작했으나 전반 7번 홀까지 파로 막으면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다가 8번홀(파5 532야드)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이날의 백미는 9번 홀(파4 361야드)이었다. 95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이 멋졌다. 공은 홀 앞에서 두 번 튀고서 곧장 홀로 들어가 이글이 나왔다. 게다가 13번 홀부터는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6언더파 66타로 최종 6언더파 210타로 우승했다. 편애리는 이날 보기, 버디 하나 없이 이븐파 72타로 최종 2언더를 적어내면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서희경과 상금왕 다승왕 경쟁에 나섰던 유소연은 버디 3개에 보기 2개로 한 타를 줄이면서 합계 6오버파 222타로 공동 10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날 이정은(21 김영주골프)이 전반에만 버디를 5개 잡는 등 선두 경쟁을 벌였으나, 후반에 스코어를 줄이지 못해 최종 3언더파 213타로 2위에 올랐다.
직전 대회인 한국여자마스터즈에서 대상을 확정지었던 서희경은 우승 상금 6,000만원을 더해 시즌 통산 6억6,376만원을 기록해 상금왕, 다승왕에 최저타수상까지 더하면서 KLPGA 4관왕으로 국내 정상에 올랐다. 전년도에 이어 대회 2연패이자 2년 연속 KLPGA의 여왕에 등극한 것이었다. ADT캡스 챔피언십은 여왕의 권위를 안전하게 지키고 세우는 대회였다. 마침 이 대회부터 캐디 복장이 캡스의 긴급 출동요원처럼 바뀌면서 캐디는 마치 여왕을 지키는 호위무사이거나 보디가드의 느낌을 더했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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