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개미는 인간군상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분업제도, 농경사회 등 비슷한 생태를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고, 일개미들의 자기희생을 보며 자기 삶을 성찰한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60)은 개미를 닮았다. 개미에 매료돼 한평생 개미를 연구해 온 그가 개미를 닮게 된 건 당연할지 모른다.

인간은 개미를 통해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타심을 배운다는 그가 특별한 개미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베짜기개미 1종과 잎꾼개미 2종 합쳐 열대개미 3종 전시회다. 한 달 전 태국에서 들여온 베짜기개미는 땅 속이 아닌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데 일개미들이 조직적으로 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베짜기개미는 이파리를 가까이 끌어당긴 다음 애벌레가 고치를 틀 때 분비하는 실크를 이용해 이파리들을 한데 엮어 방을 만들어 산다. 그 고도의 협동하는 현장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최 원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베짜기개미전은 이달 말 쯤 열릴 예정이다. 잎꾼개미도 이 달 내 남미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들여온다. 잎꾼개미는 이파리를 잘라 입에 물고 와 그것을 거름 삼아 버섯을 길러 먹는 특성이 있어 ‘지구 최초의 농사꾼’이라는 애칭이 있다. 최 원장은 “잎꾼개미가 개미 중에서도 가장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를 보여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몇 군데 전시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라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잎꾼개미는 이르면 연말 아이들의 겨울 방학 기간 중에 전시할 계획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미 지난 4월부터 ‘개미세계탐험전’을 진행하고 있다. 식물원이나 동물원의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동물과 식물이 서로 관계맺음을 하는 현장을 보여주는 생태 전시가 돼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 따라 시작됐다. 특히 개미는 좁은 공간에서 생태 전시가 가능해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최 원장이 개미를 처음 만난 것은 고교 시절 읽었던 솔제니친의 수필 ‘모닥불과 개미’였다. 책에 등장하는 일개미들의 자기희생에 공감해 사회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책에 개미들이 자기 집을 구하기 위해 타오르는 통나무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장면이 묘사돼 있는데 그때 개미들이 타 죽을 것이 뻔한데 불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며 “사실 개미를 연구하는 학문의 중심은 ‘개미의 희생정신’에 대한 연구인데 그 중에서도 이타주의는 바로 사회생물학의 핵심질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미뿐만 아니라 국립생태원의 전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이해하고 환경과 인간사회가 공존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아이들에게도 생태 전시는 교육적 가치가 크다. 그는 “생태전시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느껴라, 심각성을 알리고 다짐해라 하는 식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며 “자연공간을 걷고, 자연 속 동식물을 친구삼아 뛰어 놀면서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란 점을 느끼고 그렇게 자연과 친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개미에 이어 오는 12월에는 세계 각국의 희귀한 난초를 선보일 예정이다. 동물과 식물을 넘나들며 생태를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를 전시로 보여주고 싶다는 그에게서 진한 인간미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