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 틀을 바꿔야 산다<상> - 보험과 첨단기술

BNP파리바 카디프 생명보험 IT기기·보험 접목 새시장 개척

한국이 늙어가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은 지난해 12.7%에서 2017년이면 1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고령사회(7.2%)에 진입한 이후 불과 17년만에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하지만 한국인의 노후생활은 어둡기만 하다. “은퇴하면 폐지를 주워 생활을 연명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애기가 우스개 소리처럼 화자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6%)을 훨씬 웃도는 노인빈곤율(48.5%)은 현실이다. 국민연금은 건정성 악화로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 보험 역시 각종 규제에 묶여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기댈 언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행복한 노후보장을 위한 제언을 조망한다.

프랑스 파리 교외 BNP파리바 카디프 본사 1층에 있는 ‘카디프랩’에서는 보험과 디지털 신기술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BNP파리바 카디프 생명보험]
프랑스 파리 교외 BNP파리바 카디프 본사 1층에 있는 ‘카디프랩’에서는 보험과 디지털 신기술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BNP파리바 카디프 생명보험]

▶로봇에 3D프린터까지…사고의 틀 바꾼 유럽=프랑스 파리 북서쪽 낭테르시의 BNP파리바 카디프 생명보험 본사 1층. 방문객들을 제일 먼저 반기는 곳은 ‘카디프 랩’(Lab)이란 낯선 공간이다.

그레고리 디포스 디지털 부문 최고 책임자가 “BNP파리바 카디프가 꿈꾸는 보험의 미래”라고 규정짓는 출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전신이 뜬다. “스마일(smile).” 무표정한 얼굴, 찡그린 얼굴을 하면 출입문은 요지부동이다. 미소를 짓고 웃는 얼굴을 해야 ‘열려라 참깨’ 마냥 문이 열린다. 카메라가 사람의 표정을 읽어내는 것이다. 마치 IT회사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착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험에 통과해 들어서는 내부는 보험사와 어울리지 않을 법한 각종 첨단기기들이 “보험사에 왠 IT 기기지?” 라는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독거노인의 일상을 돕는 휴먼로봇에서 부터 3D프린터, 생체리듬을 읽는 바이오 기기, 집안의 갖가지 시설을 원격 제어하는 셋톱박스, 이동식 화상통화기 까지 첨단 IT회사의 실험실과 흡사하다.

디포스 최고 책임자는 “가령 병약한 가입자나 노인 가입자의 집에 로봇을 보내 일상생활을 도우면서 낙상 같은 보험사고를 줄이고,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보험사가 즉각 대응토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탈리아에선 지난 2013년부터 해비타트((Habit@t)라는 상품을 실용화했다. 이 상품은 화재, 홍수, 정전 등 재해를 센서로 감지해 고객 스마트폰과 콜센터에 알려 역시 즉각 대응을 돕고 있다. 크게 번질 사고를 막으면 가입자와 보험사 모두 ‘윈-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말로만 핀테크…틀 못 벗어난 보험규제=선진 보험사들의 ICT와 만나 발빠른 변신을 하고 있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청약 정도가 전부다.

생명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험료가 정부 규제에 묶여 있다보니 ICT와의 접목을 통한 신상품 개발이나 보험 서비스에 대해선 별다른 니즈를 찾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제공하는 생명원표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고 승인하는 구조에선 틀을 바꾼 보험상품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틀에 갇힌 보험환경으로 인해 각 회사가 내놓는 보험상품도 크게 별반 다르지 않다”며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보니 특약에 특약을 갖다부쳐 보험료를 올리는 꼼수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보험과 이종산업간의 벽이 너무 크다”며 “아직도 보험에 대한 시각에는 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상품이나 신기술을 통한 보험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개발에 나설 여력이 크지 않은 것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보험을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보기 보다는 은행에 종속된 부가사업으로 보다보니 보험과 ICT의 접목이 보안이나 비용절감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노후보장을 위한 3층구조의 한 축인 보험이 제기능을 못하는 이유도 규제라는 틀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애기다.

한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