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성에 은행들이 일제히 자산관리(PB)분야를 집중공략하고 나섰다. 고령화ㆍ저금리 등으로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고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생존을 위해서는 비이자수익(수수료수익 등)을 늘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제히 고액자산가에게만 제공했던 PB서비스를 중산층 고객 등으로 확대하고 직원 실력쌓기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PB분야를 놓고 증권업계 등 비은행권과의 경쟁도 벌여야하는 등 금융권 환경은 무한경쟁체제로 진입했다.

▶은행들 앞다퉈 PB서비스 강화=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8일 고액자산가 고객들에게만 제공하던 PB 전용자산관리 시스템인 ‘KEB하나 Asset Management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전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지난 9월 PB서비스 전문직원 ‘행복파트너(Branch PB)’ 1700여 명을 전 지점에 배치한데 이은 후속조치다. 고객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투자성과 분석은 물론 상속, 부동산, 금융종합소득과세 등 개인재무 설계 및 포트폴리오 설계 등도 받을 수 있다. 세무, 부동산, 법률, 유언신탁 등의 자문 서비스도 금융자산 1억원 미만 고객으로 확대됐다. 하나은행은 국내은행 중 처음으로 PB서비스를 도입해 현재까지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초대 통합은행장인 함영주 KEB행장은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하고 전 외환은행 소속 직원들에 대한 특별 PB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최근 자산관리 서비스 자격 요건을 금융자산 3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만 되면 복합점포인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WM)에서 은행과 증권의 통합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전국 영업점과 PB센터의 협업체계를 구성해 은행거래 고객이라면 누구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PB서비스 전문직원과 우수고객 매니저(VM)의 공동 관리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PB전용 상품에 가입하거나 세무, 부동산 등 분야별 전문가의 자문 서비스도 제공된다.

KB국민은행은 온라인 PB제도도 운영중이다. 온라인 거래 비중이 높고 거래실적이 우수한 고객에게 단순 상담부터 전문적인 재무설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이미 전용 웹페이지와 고객관리활동(CRM) 및 콜센터시스템 등 인프라도 완비했다. 이 밖에도 KB국민은행은 상속증여서비스 등을 포함한 가문관리 서비스(Family Office)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인터넷뱅킹 고객을 대상으로 펀드 전문상담원과의 전화 및 이메일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 시 펀드전문가와의 1대 1 화상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복합점포를 운영하면서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되던 부동산, 세무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중산층으로 확대했다. 8월엔 기존 예ㆍ적금 중심으로 구성됐던 은퇴브랜드인 ‘청춘100세’를 대체해 자산관리와 은퇴관리를 최적화한 은퇴설계 브랜드 ‘웰리치(We’ll Rich) 100’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에 최초로 자산관리서비스를 알린 한국씨티은행도 최근 PB서비스 리뉴얼 작업을 진행중이다. 대상을 금융자산 5000만원 이상 고객으로 확대하는 한편, 자문기능을 강화한 특별 PB서비스로 고액자산가 고객을 잡겠다는 각오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360도’ 서비스를 도입했다. 1962년 상황부터 축적된 세계 금융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상황 예측은 물론, 고객 포트폴리오의 위험예측수치 등을 알려준다. 오는 11월엔 일반은행의 모습을 탈피한 스토어 방식의 ‘차세대 WM 점포’도 선보인다.

▶수익성으로 연결시켜야=하지만 여전히 PB서비스가 금융상품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떨어지는 순이자마진(NIM)에 비해 PB서비스 강화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은행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NIM이 1.58%로 사상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지만 PB서비스 등으로 수수료를 받는 은행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PB서비스는 미국, 영국 등 외국과 달리 금융상품을 사준 데 대한 ‘부가서비스’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PB특화점포가 고정지출이 큰 만큼 이런 경향은 악순환 돼 은행으로서는 계열사의 금융상품 판매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일반 창구업무에만 익숙한 직원들의 전문PB 교육과 노하우 축적 등도 과제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산관리사업은 판매중심의 수익구조로는 중장기적으로 적정 수준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대신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유지가 가능한 자문서비스를 수수료 창출이 가능한 사업모델로 구축해야 한다.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투자상품 개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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