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대형마트와 골목시장의 전쟁이 대학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쇼핑몰과 같은 신축건물이 캠퍼스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학생식당 등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의 주머니를 책임지던 상점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 자연스레 ‘캠퍼스 물가’가 올라가면서 학생들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28일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에 따르면 지난 2월 복합편의시설 관정관이 문을 연 이후 인근 도서관매점 등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3월~6월 4억3800만 원 가량이었던 도서관 매점의 매출은 1년 사이 10.7%가 감소해 올해 3월~6월에는 3억9100만 원에 그쳤다.
중앙도서관 본관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빵집 역시 올해 3월~6월 사이의 매출이 지난 해에 비해 22.7% 줄었다.
학생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복합편의시설을 지향하는 관정관에 들어선 유사업종의 업체들이 주변 상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대 내 편의시설의 경영악화는 지난 해 관정관이 준공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당시 서울대 생협은 관정관 입점 업체 때문에 기존 학내에 있던 식당이나 서점 등의 매출 감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관정관에는 계획보다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프랜차이즈 빵집, 커피전문점 뿐 아니라, 패스트푸드, 편의점 등의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주변 업체들이 타격을 받았다.
주부들이 전통시장보다는 상점이 모여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하듯 학생들 역시 학내 곳곳에 흩어져있는 식당이나 매점보다는 관정관 시설을 찾게된 것.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 13일 오후 문을 연 서울 신촌의 연세대학교 지하캠퍼스와 안암동의 고려대 지하 중앙광장 등도 대표적인 학내 복합편의시설 중 하나다.
이런 시설에는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영화관 등이 대거 들어서있다.
물론 이런 편의시설이 학생들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학생식당이나 서점 등 학내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대학 내 생협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생협 역시 울며겨자먹기로 식대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 자칫 ‘캠퍼스 물가’가 동반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협이 학생들의 먹을거리와 교육지원시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이런 역할에 충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역시 식당에서 발생한 적자를 서점 등 다른 이익으로 메워왔지만, 편의시설로 인해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식대를 인상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시내 상당수의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2000원대 메뉴가 줄고 4000원이 넘는 메뉴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김모(27) 씨는 “다양한 프랜차이즈와 편의시설이 들어오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모든 식ㆍ음료가 이렇게 비싸진다면 학생들이 금전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학교가 편의시설을 도입할 때는 이윤 추구보다는 학생들의 복지 향상 관점에서 업체를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