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양영경 기자] 여의도에선 사생결단을 불사하는 정치인도 혈육 앞에선 고개를 숙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도 알면서 당한다. 자녀 취업 의혹부터 사위의 상습마약 혐의까지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정치인인가, 부모인가. 그 기로에서 정치인은 심판대에 오른다. 혈육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한국 정치인의 ‘아킬레스건’이다.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벽에 부딪혔다. 둘째 사위가 마약 상습 투약 협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는데, 법원이 양형 기준 하한선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위 마약 전과 사실은 재판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나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재판 과정에 김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김 대표는 또 “정치인 가족이라면 더 중형을 선고하지 봐주는 판사를 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봐주기’ 논란은 사실무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대표은 해명 과정에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결혼 전 마약 상습 투약 사실을 알았음에도 결혼을 허락한 배경을 털어놨다. 그는 “사랑한다며 울며 꼭 결혼하겠다고 해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새누리당도 방어에 나섰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마약사범 초범이면 구형이 보통 2년이고 징역 3년은 약한 게 아니다”며 “야당은 정치공세를 자제하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명에도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봐주기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공방을 벌이다 1시간 넘게 정회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야당은 김 대표 해명 이후에도 “무책임한 변명”이라며 “단순한 가족사로 비켜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도 이 같은 논란을 예견하지 못했을 리 없다. 결혼을 끝까지 반대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반대 많이 했는데, 자식 못 이깁니다”라고 했다. 알면서도 당하는 역풍이다. 유력한 대권주자란 입지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최근 연이어 국회의원 자녀와 관련된 잡음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LG디스플레이가 경력 변호사를 채용할 때 회사에 전화를 걸어 로스쿨 졸업생인 자녀를 취업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고발당했다. 현재 검찰이 자녀 취업청탁 의혹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윤 의원은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도 자녀 특혜 취업 구설수에 올랐다. 법조인이 단체로 정부법무공단 채용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논란은 거셌다. 김 의원은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윤 의원의 청탁 의혹과 겹치면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유죄 판결의 결정적인 증거는 동생에게서 나왔다. 동생이 사용한 전세자금 1억원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고승덕 전 의원은 교육감 선거 도중 자녀 영주권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하기도 했다. 이후 의혹을 제기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허위사실 공표로 법정에 서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 가족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최근 이런 문제가 빈번해지면서 여론이 특히 악화되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더 모범이 될 수 있도록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