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노사정 대화를 앞세웠던 새누리당의 노동개혁이 삐걱대고 있다. 여당이 노동계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정부도 임금피크제 강경 모드에 나서면서 안갯속에 빠져든 형국이다. 새누리당, 정부 모두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어 노동계를 배제한 채 국회가 노사정 대신 칼을 쥐리란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연일 노동계를 향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호타이어 파업과 직장 폐쇄를 언급하며 “파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득이 사라지고 가정의 행복, 삶의 희망도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사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발씩 양보해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일 노동계를 향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층 수위를 높였다. 지난 2일 김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노조가 기득권을 고수하면서 나머지 90% 노동자의 아픔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양대노총을 겨냥한 발언이다. 노동계 달래기가 아닌 압박이다. 노사정 정상화만 더는 기다리지 않겠다는 입장 변화도 엿보인다.
더 센 발언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강성 노조가 불법파업을 일삼고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두드려 팼다”며 “그런 일이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했다”고 했다. 경기 침체의 책임을 양대 노총에 묻는 발언이다.
’쇠파이프’ 발언은 국회 설전(舌戰)으로까지 비화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김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쇠파이프 휘두를 대상”이라고 비난했고, 새누리당은 막말 정치의 완결판이라며 이 최고위원 사퇴를 요구했다. 노동개혁이 난항을 겪으면서 오가는 발언 수위도 한층 원색적으로 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난 6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정 타협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협상을 안 하려는 명분이고 노동계가 결단을 내릴 시기”라고도 했다. 더는 노동계를 기다릴 수 없다는 선언이다. 새누리당, 정부 모두 노동계를 전면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당정이 연일 노동계 압박에 나서고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새누리당 노동개혁을 담당하는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회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시장선진특위는 노사정 정상화를 목표로 한노총, 민노총 간담회를 공식 추진하려 했지만, 갖가지 강경 발언으로 노동계는 등을 돌린 상태다.
당정은 오는 10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이인제 노동시장선진특위 위원장은 “10일까진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도 “올해 정기국회 내 입법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밤새 앉아서 협상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오는 10일까지 결론이 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정 모두 속도전이다. 노사정 정상화를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내에서 노동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올 전망이다. 노동계의 저항은 물론, 노동계를 배제한 채 노동개혁을 강행한다는 야당의 공세도 예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