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장필수 기자]“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연설을 잘 들었다. 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한다. 그러나 그 방향은 틀렸다.”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포문을 여는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끝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맞불을 놨다. 재벌개혁부터 노동개혁, 정치개혁 등에 이르기까지 현안마다 각을 세웠다. 미리 보는 정기국회이다. 각 사안마다 여야의 대립이 첨예해 국회의 험난한 9월이 예고된다.
이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 대표 연설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개혁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방향이 틀렸다”며 날을 세웠다.
가장 첨예한 부분은 재벌개혁이다. 새누리당의 노동개혁에 대응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다시 한번 김 대표를 거론했다. 그는 “어제 김 대표가 재벌개혁을 피력한 데에 감동했다”며 “여당 대표가 재벌개혁 필요성을 얘기한 건 처음이다. 여야가 손잡고 재벌개혁을 시작해 정기국회 내 성과를 내자”고 밝혔다.
‘감동’이란 표현을 썼지만, 김 대표의 발언을 근거 삼아 재벌개혁을 국회 협상 테이블에 공식 올리겠다는 의중이 강하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열린 대표 연설에서 재벌개혁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와 큰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재벌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재벌개혁이 반기업정책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을 적대시하는 게 정치를 잘하는 것이고 기업 없이도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일부 세력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벌개혁 의지라기보다는 야당의 재벌개혁 공세를 방어하겠다는 성격이 짙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재벌’만 28회 언급할 만큼 재벌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재벌과 대기업의 행태가 우려를 넘어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로 자리잡았다”며 현대차그룹, 대한항공, 삼성물산, 롯데 등을 연이어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국민은 경악했다”며 “재벌과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되고 있다”고 맹공했다.
정치개혁에선 예상대로 국민공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충돌했다.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를 재차 강조했고, 이 원내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역 구도를 해소하고 표심이 최대한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김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전날 김 대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올바른 근현대사를 교육시키기 위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원내대표는 “어떻게 친일을, 독재를, 인권유린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느냐”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려고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역사 왜곡으로 본다는 발언이다.
김 대표는 현 역사교과서가 편향된 역사관으로 역사 왜곡을 시킨다는 주장이며, 이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역사 왜곡이라는 발언이다. 두 대표 모두 역사 왜곡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근거는 정반대인 셈이다.
역사교과서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