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70년 수출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상장회사 중에 자사의 수출액이 총 수출액의 2% 이상을 달성하면 종합상사로 지정, 세계 곳곳의 상품을 유통시키도록 했다. 종합상사는 말그대로 ‘수출입 한국’의 선봉장이었다. 종합상사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형태였다. 미국의 루이드레파스ㆍ콘티넨털그레인과 같은 곡물상사, 영국의 유나이티드아프리카, 네덜란드의 인터내셔널로테르담과 같은 구식민지무역 독점상사 등의 예가 있으나, 모두가 특정의 상품이나 지역에 치우쳐 있다. 일본의 경우도 미쓰이물산 ·미쓰비시상사와 같은 종합회사는 미쓰이재벌 ·미쓰비시재벌이라는 거대한 기업 콘체른(결합, Konzern)에 속하는 상사로서, 산하 계열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의 구입을 주업무로 해 발달해 왔다.

한국의 종합상사는 처음부터 수출 진흥을 목적으로 해 특정기업의 제품만이 아닌 국내 각 기업의 각종 제품을 차별없이 취급해 수출하는 것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었다. 종합상사의 기능은 ‘버터에서 미사일까지’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이 다종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뿐만 아니라, 수출입 ·삼각무역에서 국내의 도 ·소매업에까지 진출했다. 종합상사는 수출장려정책상 세제면이나 금융면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개별 제조업체의 수출 능력 향상과 정부의 지원제도가 점차 폐지되자 2000년대 이후에 점차 유명무실해졌으며 결국 2009년 종합상사제도가 공식 폐지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살아남은 국내 증권사들의 가장 큰 화두는 ‘생존’이다. 최근 몇 년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정도다.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3만6129명으로, 지난 2011년 말(4만4060명)과 비교해 18% 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칼을 빼어들었던 증권사들은 과거의 영업행태에만 안주하고, 새로운 상품개발보다 인기있는 일부 상품에만 집중하는 ‘쏠림현상’은 여전했다.

특히 ‘출혈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위탁매매 위주의 사업구조 탈피는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 56개 증권사들의 상반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총 2조3479억원으로, 전체 수수료 수익(3조9226억원)의 59.86%를 차지했다. 지난 2011년까지 70%를 차지하던 수탁 수수료 비중이 60% 이하로 줄어든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수탁 수수료 비중은 여전히 70%를 웃돌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증권업계가 발전하기 위한 방향으로 차별화, 전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얼마전 자리를 함께 했던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도 “현재 증권사들을 보면 사실상 ‘완전 경쟁’ 상황에 놓여있는데, 차별화, 전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일부 상품 또는 서비스를 달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며, 증권사만의 기업문화와 철학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탁수수료 중심의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다. 사업포트폴로오 다각화가 잘 정착됐을 때 상대적으로 증권사의 안정적인 실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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