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선변호인들이 ‘공익’을 지향하는 엘리트로 새로이 자리메김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당당하게 검사에게 맞서면서 수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국선변호인들이 늘고 있다.

2012년 수원 살인사건 일명 ‘오원춘 사건’을 담당한 김모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을 접견한 뒤 ‘인육(人肉)’논란이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에 무언가 비이성적 요소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김 변호사는 사건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던 인육논란의 진원지를 추적해, 초동 현장에서 누군가 우연히 내뱉은 말이고 ‘사실무근’임을 확인한다.

인육 논란에서 벗어난 오원춘은 김 변호사의 노력 덕분에 사형을 면했다.

최근 수사기관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강간죄를 적용받아 기소된 A씨는 국선변호인의 노력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끈 결박’, ‘수면제’ 등 자극적인 소재가 팩트로 예단되고, 피고인이 주눅들어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진술증거로 오르는 수사상 ‘거품’은 국선변호사 K씨에 의해 제거됐다.

검찰과 경찰이 무시한 피고인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왔고, 배심원들은 ‘성폭행을 시도한 사람이 수면제를 먹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올해 초 ‘장애인들을 모아 앵벌이를 시키고 돈을 가로챘다’며 기소된 B씨의 사건 역시 국선변호인의 활약에 그 실체가 드러났다. B씨가 운영하던 미신고 요양시설에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이 영양결핍으로 숨지면서 앵벌이 강요논란과 함께 맹씨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다. 국선변호인 G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장중심주의자’이다. G변호사는 현장조사와 주변인물 탐문에 나서, B씨가 손발이 뭉툭해지는 희소병을 앓고 있었고, 수사기관이 피해자이라고 분류했던 수용자들은 “모두 함께 살아가려고 시설보호자와 수용자들이 이익을 나눴다”면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B씨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중증 장애를 가진 모녀(母女)를 성폭행한 범인이 6년만에 죗값을 치르는데도 국선변호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반신 마비에 말이 어눌한 C(42ㆍ여)씨가 한모(46)씨로부터 성폭행당하고 기초생활비 40만원도 빼앗겼다. 한씨는 C씨의 전동휠체어까지 내다 팔았고, C씨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10)까지 성폭행했다.

6년이 지난후인 2013년 경찰이 이 사건을 인지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워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때 국선변호인 김모씨가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 성폭력 상담소’와 공동작업을 벌여 실어증세까지 보인 피해자의 마음을 열고, 진술하는 입모양 등을 경찰에 설명해 조서작성에 도움을 주면서 한씨를 재판에 넘겨 유죄판결을 받는데 성공했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