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가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구체적인 매각 방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 조기 민영화에 방점을 찍은 만큼 시장형성가격에 초점을 맞춘 최저가 역경매방식인 ‘네덜란드식 역경매’(더치옥션) 방식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흥행저조와 낮은 주가 상황을 고려해 일단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우리은행 지분을 넘겨 기업가치를 제고한 뒤 시장내 지분매각을 통해 과점주주체제를 만드는 ‘단계적 민영화’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더치옥션’ 방식=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신속한 민영화와 흥행성을 위해 ‘더치옥션’ 방식을 유력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치옥션은 한 상품에 대해 여러 명이 입찰하는 경우 낙찰자 모두 가장 낮은 입찰가격으로 상품을 사는 방식이다. 가령, 매도자가 지분 30%를 매각할 때 A가 주당 2만원에 10%, B가 주당 1만9000원에 10%, C가 주당 1만7000원에 10%를 사겠다고 입찰하면 최고가부터 나례비를 세워 30%의 지분이 걸리는 주당 1만7000원이 최종 매각가가 된다. A와 B, C 모두 주당 1만7000원에 각 10%의 지분을 매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매수 희망자가 시장 자체에서 형성된 가격을 제시하되, 자신만 비싸게 사는 위험이 없어 굳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매각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실제 매각가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쓸 경우 순위에 밀려 지분을 인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간 ‘희망수량 경쟁입찰방식’은 쓰는 가격에 따라 인수가격이 제각각이 되는 만큼 인수희망자들이 최대한 가격을 낮춰쓰는 역효과를 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지분 뿐 아니라 소수지분 매각에도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더치옥션) 방법을 내놓는다면 매각은 상당히 순조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국가계약법상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수요조사를 통해 과점주주 구성에 대한 방침을 정한 뒤 본격적으로 더치옥션 방식에 대한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연기금 통한 투스텝 매각도 거론=일각에선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기금ㆍ우체국보험기금ㆍ사학연금기금 등 연기금에 우선 우리은행 지분을 넘겨 단계적 민영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요가 미미한 상황에서 저평가된 우리은행을 헐값에 파는 것보다는 1단계로 연기금에 우리은행 지분(30%+1주)을 넘겨 주가를 우선적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 2단계로 연기금이 시장에서 지분 매각을 통해 자연스레 과점주주 체제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투스텝 매각방식인 셈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우리은행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말은 쉽지만 과점주주 체제를 하루 아침에 만드는 것은 어렵다”면서 “연기금이 정부가 운용하는 지금이기는 하지만 정부 보다는 기관투자자 밑이 기업가치제고와 민영화엔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연 금융위가 소관업무를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로 넘기려고 할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했다.
황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