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 카메라 앱 수백만건 다운로드 촬영중 다른화면 전환 적발 어려워

단추형·손목시계형 종류도 각양각색 인터넷서 누구나 손쉽게 구입 가능 여성 치맛속 등 촬영 범죄악용 다반사‘

IT기술이 발달하면서 도촬용 카메라도 덩달아 똑똑해지고 있다. 그래서 도촬은 더 늘어나고, 더 위험해지고 있다. 휴대폰 무음카메라에서 ‘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의 사람이 몰래 카메라를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휴대폰 속 화면을 위장하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한 데다, 안경, 볼펜, 자동카 열쇠 처럼 일상적인 도구에 카메라를 내장해 도촬에 활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뚜렷한 법안은 없어 지하철 ‘몰카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키형ㆍ볼펜형...‘카메라인듯, 카메라같지 않은 몰래카메라’=21일 경찰과 IT 장비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도촬에 사용되는 카메라의 외형은 카메라임을 알 수 없는 형태로 다양해졌으며 기능도 진일보하고 있다.

지난 3월 지하철에서 608회에 걸쳐 몰카를 찍다 경찰에 붙잡힌 강모(27) 씨의 경우 자동차 키 모양의 ‘키형 캠코더’를 범죄에 이용했다. 방송관련업체에서 일하던 강씨는 잠입취재를 할 때 사용하는 자동차 키 모양의 캠코더를 들고 지하철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들여다본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13년에는 한 30대 남성이 접이형 우산의 끝에 볼펜형 캠코더를 설치해 한 달 여간 117명 가량의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검찰에 기소돼 징역 8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스마트폰에 설치되는 무음카메라도 마찬가지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5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한 무음카메라의 경우 ‘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촬영을 하고 있는 동안 스마트폰 화면에 다른 사진이 보이게 해 촬영자가 도촬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전혀 알 수 없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아무나 막 사는 ‘도촬용 카메라’…판매 막을 길 없어=일반인이 이처럼 ‘변종된’ 카메라를 구하는 일은 의외로 쉽다.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볼펜형 카메라’ ‘명함지갑형 카메라’ 등만 검색해도 20만 원 안팎의 카메라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로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카메라 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할 때 반드시 표준음으로 소리가 나도록 하고 있지만, ‘무음 카메라’ 라고 검색만 해도 수십 개의 앱을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유통이 쉬운만큼 범죄에 악용되기도 쉽다. 실제로 최근 지하철 등 곳곳에서 몰카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하철에서 발생한성범죄 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는 2012년 46건에서 2014년 130건으로 183%가량 증가했다. 특히 국토부는 “소리나지 않는 ‘어플’이나 최신기기를 동원해 스마트폰은 물론 단추형, 볼펜형, 열쇠고리형, 손목시계형, 모자부착형 등의 카메라로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무분별한 판매 및 유통을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 대부분의 판매업자들이 “도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수업 장면을 녹화하고자 하는 대학생을 위해” 등 범행 이외의 목적으로 판매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무료로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카메라 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할 때 65데시벨 이상의 촬영음이 나오도록 했지만 권고안에 불과해 무음카메라 제작자들을 법적으로 막을 길은 없다.

지난 2011년 스마트폰 등장 당시 휴대폰 카메라에 촬영음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하는 전파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스마트폰 앱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국내 업체가 아닌만큼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몰카 장비나 앱이 범죄에 이용됐을 경우 이용자의 혐의가 입증되면 이를 처벌할 수 있지만 카메라나 앱을 파는 사람의 판매 목적이 범행임을 입증할 길이 없기 때문에 유통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지혜ㆍ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