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는 범죄 피해자들이 많아요. 자꾸 밖에서 문을 두드려서 소통하도록 만들어드리는 게 저희들의 일이죠.”

최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스마일센터에서 만난 김태경 센터장의 말이다. 스마일센터는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입은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기 위해 2010년 설립된 법무부 산하 심리 치료 전담기관이다.

김 센터장은 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받는 2차 피해가 더 위험하다고 본다. 마음의 상처를 방치할 경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처가 곪아 터지는 것이다. 범죄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거나 심하면 사회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가족 중에는 재판이 끝났는데 암에 걸려 3개월 만에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그만큼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죄 피해자들의 후유증은 각종 정신적 문제로 나타난다. 사건과 비슷한 자극을 받으면 그때 같은 공포심을 느끼고 ‘쿵’ 소리에도 깜짝 놀라게 된다. 아예 집안에 숨어버리거나 극단적으로는 해리성 기억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분은 사건 이후 1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어요.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다니며 ‘아직 겨울이고 추운데 왜 남들은 덥다고 하냐’며 울곤 했죠.”

범죄 종류에 따라 정신장애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는 “음식을 많이 먹어 몸매가 망가지면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성폭행 피해자도 있었다”면서 “구강 성교 피해자는 입에 뭔가를 넣는 걸 싫어해 식사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실 김 센터장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범죄 피해자 심리 치료 전문가다. 2004년 출범한 성폭력 피해아동 심리치료기관 ‘해바라기센터’의 원년 멤버다. 당시만 해도 심리학자가 심리 치료를 한다는 인식이 낮았지만 돕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는 “어쩌다 발을 들였는데 시작해보니 중독성이 있었다”면서 “세 살 때 만난 피해자가 중학교 3학년이 돼서도 연락이 온다”고 뿌듯해했다.

때론 힘든 일도 있다. 극도로 예민해진 피해자들을 상대하다보면 사소한 말투나 눈빛 때문에 컴플레인이 들어오기 일쑤다. 법원에 자문을 갔다가 그를 알게 된 가해자로부터 협박 편지나 전화가 올 때도 있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김 센터장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예요.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것만큼 보람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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