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롯데가(家) 형제 간 다툼이 국민의 곱지않은 시선 속에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법원은 경영권 분쟁에서 어떤 기준을 갖춘 쪽에 손을 들어주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영권을 확보의 핵심 덕목으로는 ▷지분 ▷주주의 지지 ▷경영 실적과 비전 ▷리더십 ▷창업주의 의지 ▷이사회 결의 ▷불법행위 여부 등 다양하다. 재벌가 가족간 법정 분쟁의 승패는 대체로 주주들의 지지, 창업주의 뜻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분을 둘러싼 형제 간 분쟁을 겪었던 삼성은 법원이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후계자로 명시했던 이건희 회장의 승소 이후 형제간 법정 밖 화해가 이뤄졌고, 한진은 형제간 치열한 공방을 거쳐 법원이 주주들의 뜻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화해’ 절차를 진행하면서 일단락됐다. 범현대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장남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그룹을 다시 세우고 식솔들 간의 앙금을 제거해 나가면서 평화를 되찾았고, 두산은 형제간 폭로전을 거듭한 끝에 현재 박용만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을 추슬러 나가고 있다. 금호와 효성의 분쟁은 현재진행형인데 비해, LG와 SK는 가족 분쟁 무풍지대로 다른 기업의 부러움을 산다.
삼성 이 회장과 이맹희씨 간 상속재산 분쟁은 결과에 따라 이씨의 경영권 확장 의욕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법원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1989년 상속재산 분할 협의 당시 형제들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는 것을 양해하거나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병철 창업주가 일찌감치 이 회장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물려받을 후계자로 천명했고, 형제들도 수긍했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2002년 입원 치료중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된 한진가의 분쟁은 9년간 지루하게 이어졌다. 정석기업 주식 양도건, 면세점 납품권, 김포공항 주유소 운영권 등 사사건건 분쟁이 이어지고 결국 조 창업주의 자택이던 부암장 지분을 둘러싼 소송이 2심까지 이어지자 회사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주와 채권단이 ‘분쟁 종식’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법원은 부암장 건에 대해 화해안을 제시해 화해를 성사시켰다. 두산가의 치열한 폭로전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도 주주들의 요구와 무관치 않다.
롯데의 경우 지주회사 지분은 장남인 신동주 회장이 약간 많고, 핵심 기업들의 대주주 자격과 경영권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오랜 기간 보유해온 상황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뜻이 담긴 동영상은 내용상 장남을 지지하지만, 여전히 본인의 이성적인 판단이 고스란히 담긴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기업집단 창업주 가족이라도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간 지분, 경영권, 상속재산 등을 둘러싼 소송을 심리할 때 법원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60~80%를 차지하는 나머지 주주들의 뜻을 가장 중시한다”면서 “주주들의 뜻 속에는 경영능력과 회사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리더십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상속지분을 판단할 때엔 민법의 기본 취지에 기반하면서, 창업주 또는 선대회장의 뜻이 분명하게 천명되었는지를 살핀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벌가 그들만의 리그’일 것 같지만, 최종 선택권은 기타 주주들이 쥐고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주주총회의 판단과 의견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주주총회가 단순 지분대결이 아니라 회사가치 향상을 위한 열띤 토론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소액일지라도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회사 가치 상승만을 바라보는 ‘중립’ 주주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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