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도 워낙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쳐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부진한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가뭄까지 겹쳐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기업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긴 했지만 언제 다시 벼랑끝 위기가 재연될지 모르는 데다 중국 증시 급락 등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최경환 경제팀의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전문가 다수는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추경의 경제 부양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경제 추체들의 심기일전을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 3일 11조8000억원의 추경을 포함한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을 통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올해 3%대의 경제성장률 유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목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3.8%를 3.1%로 하향 조정하긴 했지만 지난해(3.3%)에 이어 3%대 성장을 이어나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3%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을 통한 경제활성화는 단기 처방으로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7%, 금융연구원은 2.8%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들도 2%대 성장을 점쳤다.
정부 예상과 달리 전문가들이 2%대 낮은 성장률을 전망한 기저에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 다수가 정부의 추경 편성 규모는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경은 메르스에 따른 경제적 피해 지원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다.
이들은 추경 이외의 재정은 공공ㆍ금융ㆍ노동ㆍ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과 함께 연구개발(R&D) 투자, 혁신주도형 지식기반산업 육성 등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간 협정을 통해 국제 시장과의 교역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특정 몇 개국에 수출입 의존도가 큰 기존의 무역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계속되는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무역장벽 해소,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다자간 경제 협력관계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 20명 중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 부총리의 정치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야한다’가 8명, ‘하면 안 된다’가 7명, 무응답이 5명이었다.
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