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ㆍ양대근ㆍ강승연 기자]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애초부터 여권에 불리한 수사였다. 이에 따라 누구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실세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수사 착수 당시 강한 의욕을 보였던 특별수사팀은 단서가 있으면 ‘리스트’ 밖에서도 수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결과는 확장될 것 같았던 여권 수사는 오히려 줄어든 느낌이고, 불똥이 튀지 않을 것 같았던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에게는 예상보다 강한 수사가 이어졌다. 이같은 수사팀의 온도차 때문에 야권 인사와 여권 비주류 인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검찰의 초기 의지는 강했다. 문무일 검사장은 수사팀이 차려진 지난 4월13일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있다. 제한 없이 자료를 검토 중이고, 수사 대상이 나오면 (메모지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라도) 수사 논리에 따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의혹과 이완구 총리의 정치자금 3000만원 수수의혹을 파헤칠 때, 말 바꾸기 등 증거인명 행태가 보일 때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고, 외풍 차단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홍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결국 불구속기소로 가닥을 잡았고, 2012년 대선당시 박근혜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소환되기 까지 한동안 이렇다 할 수사성과를 보이지 않았다.
“단계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수사팀의 말은 다른 수사대상자에게 검찰 소환에 대비한 시간을 벌어줬다는 오해를 낳았다.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리스트에 오른 5명에 대해서는 서면조사하겠다는 방침도 이 즈음에 흘러나왔다.
수사기류가 여권쪽에서 급격히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사의 ABC라고 할수 있는 압수수색도 홍지사, 이전총리 건을 제외하고는 한 달이 지난뒤에야 이뤄졌다.
수사 막판 기류는 다시 달라진다. 야권과 여권 비주류에 대한 수사는 리스트 밖임에도 수사팀이 즐겨쓰던 서면조사도 없이 소환을 통보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특별사면 개입 의혹으로 전격 소환됐고, 특사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별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외형적으로는 여권 실세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흘러갈 줄 알았던 이번 수사 결과 ▷여권 주류 ▷여권 비주류 ▷야권 등 세 진영에서 골고루 2명씩 소환조사 대상에 올랐고, 리스트 속에 있는 인사, 리스트에 없는 인사, 각 3명씩 조사를 하는 것으로 ‘기계적 균형’을 맞추었다.
수사기법과 대상 범위, 속도 등에서도 수사팀이 초심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은 외풍이 작용했거나 검찰 수뇌부-수사팀간 이견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대상자별 온도차, 기류차는 검찰 수사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 사정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가지 국내외 여건상 크게 한 판 벌리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검찰의 ‘히든카드’가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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