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소비자물가가 작년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0%대 행진을 지속했다. 소비와 투자 등 전반적인 수요의 위축에 따른 ‘경기불황형 저물가’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뭄으로 올 6월 배추값이 1년 전에 비해 90.9%, 무가 34.3% 치솟는 등 채소값이 급등하고 전세(3.5%)를 비롯한 집세, 하수도료(8%) 등 공공요금, 학원비(3.3%), 학교급식비(10.1%) 등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물가 체감도는 오히려 악화됐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5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과 변동이 없었으며, 전년동월대비로는 0.7%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 물가 상승률로 보면 5월의 0.5%에 비해 소폭 확대된 것이나 7개월째 0%대에 머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0.8%로 떨어지며 지난 2013년 10월(0.9%) 이후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한 이후 올 1월 0.8%, 2월 0.5%, 3~4월 각각 0.4%를 기록하는 등 지난달까지 7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특히 연초에 갑당 2000원 정도씩 오른 담뱃값 인상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효과 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또는 제로 수준에서 맴도는 현상이 지속된 것이다. 지난달 물가를 부문별로 보면 가뭄 등 날씨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소값이 급등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4.1% 오르고 집세와 학원비 등 서비스물가가 1.6% 올랐다. 반면 공업제품이 0.1% 하락하고 전기ㆍ수도ㆍ가스 요금은 9.0% 하락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6.1% 올랐고, 계절적 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 올라 전월(2.1%)에 비해 소폭 둔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2% 올랐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휘발류 등 공업제품 가격 하락과 전반적인 수요부진으로 전년동기대비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작년 상반기의 1.4% 상승에 비해 3분의1 수준이며, 답뱃값 인상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하반기 물가도 낮은 수준에서 머물며 앞으로 상당기간 0%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가하락의 효과가 후반기로 갈수록 약화되겠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현상이 해소도기 어려운데다 기업의 유휴생산능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지난 5월 73.4%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72.4%) 이후 6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품 수요가 줄어들자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는 것으로, 유휴설비 증가는 물가의 하방압력을 높이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HSB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소비위축 등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방압력으로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0.8%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