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이다. 출근 길 택시를 탔다.
“어서 오십시오. 어?”
택시 기사가 놀란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 안녕하세요”
아는 사람이다. 반갑고도, 반갑다. 사실 택시기사님은 지난해 내 운전기사(?)였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어느날. 새벽에 택시를 탔는데, 60대 중반 정도의 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일찍 출근하시네요.” 그냥 “네”라고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또다시 묻는다. “매일 이 시간에 나가세요?” “네.” 다음날, 아파트를 나오는데 10m 멀리서 누가 황급히 다가오더니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처음엔 누군지 몰랐으나, 자세히 보니 전날의 그 기사였다. 첨엔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 어쩐 일이세요?”
“매일 이 시간에 출근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모시러 왔죠.”
택시 안에서 그와 말을 섞어보니 만남은 계획적(?)이었다. 그는 전날 “매일 이 시간에 택시 탄다”는 말을 기억했고, 나를 고정손님으로 삼기 위해 기다렸던 것이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싶어, 그리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사람이다 싶어 반년간 그의 택시만 이용했다. 반년간 택시 안에서 많은 이야기도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런 어느날, 그는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나이도 먹고 힘들어서 쉬려고요. 집사람과 여행 다니려 합니다.”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그러다가 얼마전 해후한 것이다. 그러니 정말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노니까 따분해서요. 여행도 다닐만큼 다녔고. 그래서 다시 택시로 돌아왔습니다. 이 길 갈때마다 선생님 혹시 만날까 했는데, 오늘 뵈니까 좋네요.” 그렇게 우린 다시 고정손님과 택시 기사로 만났다. 다만 지난해처럼 매일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매일 그 시간기다시리면 부담되니까 편할때 오시면 돼요.” “그렇게 하시죠.”
이렇게 지내온지 한달 가량이 된다.
엊그제 택시를 탔더니 한숨을 쉰다.
“왜,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주말에 손주 보는게 유일한 낙인데…. 요즘 손주들 오지 말라고 그랬거든요. 메르스 서로 옮길지 모르니까. 메르스가 뭐라고 이렇게 정(情)까지 끊어야 하는지, 원…”
지난해에도, 올해도 그와의 만남에선 사람의 향기가 났다. 그냥 살아가는 얘기를 간혹 했는데, 그가 세상에 대해 욕하거나 따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그냥 사람이 좋고, 사람과 얘기하는게 좋아 힘 닿을 때 까지 택시를 몰고 있다는 그였다.
내릴때 그가 한마디 던진다. “요즘 택시 타는 사람들, 기사하곤 얘기도 안해요. 메르스 옮을까봐 그런가? 하하. 작년 세월호도 그렇고, 누가 누가 돈받았다고 총리 둘러싸고 한창 말 많았던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우린 늙었으니까 됐지만, 앞길 창창한 젊은 사람들 세상살기 참 답답하겠어요.”
택시에서 내려 회사 현관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머리가 묵직하다. 젊은 축은 아니지만, 나 역시 세상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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