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냉동식품에 대한 경험 부족 탓일까. 주의력 부족 탓일까. 아침밥으로 냉동식품을 먹고 나서 이렇게 찜찜한 적이 없었다.
오늘의 도전 아침밥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매콤한입돈가스&소시지 정식’이다. ‘(주)청미’라는 회사에서 제조하는 도시락인데, 그럴듯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아이들 공책 크기 정도의 도시락 용기에는 검은 깨가 뿌려진 하얀 쌀밥과 함께 줄줄이소시지와 꼬마돈가스, 오뎅볶음, 김치가 반찬으로 들어있었다.
구색만 봤을 땐, 나쁘지 않았다. 특히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면역력 강황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을 섭취는 필수로 느껴졌다.
판매가격에 적힌대로 3000원을 지불했다.
‘스팸밥바’를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고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제대로 데워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점원에게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물었다.
도시락을 둘러싸고 있는 랩과 같은 것을 벗기고 1분 30초 정도 데우면 된다고 한다.
어설픈 동작에 답답했는지, 점원이 도와줬다. 랩을 벗겨주고, 그리고 전자레인지 시간도 2분으로 맞춰줬다. 매우 친절한 점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친절함에 감사했지만, 밥을 다 먹고 났을 땐 좀 더 디테일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땡~’하는 소리와 함께 2분이 지났다.
전자레인지를 열고 도시락을 꺼내려는데, 용기의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제대로 데워졌다’는 생각과 함께 조심스럽게 도시락을 꺼냈다.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용기가 우그러져 있었다. 줄줄이소시지도 하나 터져 있었다. ‘너무 제대로 데워졌나’
과거 실수를 만회했다는 생각은 우그러진 용기와 함께 쭈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걱정으로 바뀌었다. ‘이거 먹어도 되는 것일까’
바쁜 아침 시간과 식욕이 뒤섞이면서, 복잡한 판단은 뒤로 했다.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근처, 커피숍으로 찾아갔다. 음식이 식기 전에 먹기로 했다.
냄새부터 맡아봤다. 너무 오래 데워 혹시라도 환경호르몬 냄새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 냄새가 어떤 지는 잘 모르지만, 프라스틱 냄새와 비슷한 인조적인 냄새가 날 것 같았다.
다행히 아무 냄새가 없었다. 안도의 마음과 함께 밥을 한입 떠 넣고 줄줄이소시지도 하나 먹었다. 그리고 꼬마돈까스도 입속으로쏘옥 넣었다.
무난한 맛이었다.
어느정도 배고픔을 달래고 나니,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포장지를 하나씩 살펴보는데, 구매할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전자레인지에 1분 10초만 데워라는 설명이 도시락 정면에 표기되어 있었다. 때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아, 왜 이게 구매할 땐 안보였을까’
용기 재질을 보니, 음식이 담긴 내부용기는 폴리프로필렌(PP)이었고, 이를 담고 있는 외부 용기와 뚜껑은 폴리스티렌(PS)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폴리프로필렌은 전자레인지의 열에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지만, 컵라면 용기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은 고온에 녹을 수 있어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설명은 왜 안해놨을까’라는 생각이 분노로 바뀔 즈음 제품 설명서 마지막 부분에서 ‘전자레인지 사용 시 외부용기(검정)와 뚜껑을 빼고 데우십시오’라는 문구를 찾을 수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은 상태. 도시락은 비워져 있었고, 우그러진 용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세가지 생각이 들었다. 냉동식품을 먹을 땐 제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는 점과 편의점 직원에 대한 교육이 좀더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주의사항의 경우 소비자가 보기 쉬운 곳이나, 다른 색깔로 표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마크는 잘 보이는 곳에 표시하고, 사용과 관련한 주의사항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적어놓은 것이 ‘소비자 기만’으로 느껴졌다.
좀 더 주의해야겠다.
pdj2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