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에 팔리는 그림들은 눈에 보이는 가치가 우선 수반된다. 미술사적 중요성, 작가가 얼마나 유명한가, 그 작가의 어느 정도 대표작인가, 사람들이 대체로 얼마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인가 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눈에 보이는 가치 이외의 다른 요소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뉴욕에서 1억7900만달러(약 1991억원)에 팔려 미술품 경매가 역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O 시리즈)’이나, 올해 초 개인거래로 3억달러(약 3267억원)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최고가를 경신한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 그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최고가 기록을 갖고 있었던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2억5000만~3억달러) 등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가격으로 팔린 그림들은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

우선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가’의 중요한 시기 대표작이라는 점. 이는 비싼 그림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아무리 역사상 중요한 작가의 대표작이라 해도 그림 한 점에 1000억원이 넘고 3000억원씩 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간다. 이러한 그림들에는 역사적인 가치 외에도 시장에서의 원인이 사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그림 등 대부분의 초고가 그림은 같은 작가의 같은 시리즈, 또는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그림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예를 들면 세잔은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5점의 완성된 유화로 남겼는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파리 오르세 미술관, 런던 코톨드 미술관, 필라델피아 반스 미술관에 4점이 있었고, 나머지 1점이 개인 소장가에게 있었다. 그 개인 소장가의 작품이 시장에 나와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이다.

게다가 그림을 산 사람은 카타르 왕족으로, 카타르는 국립미술관 재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타르 왕족은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이후에 세계 최고 그림가격을 경신한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마케팅에 큰돈을 쓸 수 있는 부유한 나라 카타르가 자국의 국립미술관을 프랑스, 영국, 미국의 최고 미술관들과 같은 수준으로 올릴 수만 있다면, 국가 이미지 제고와 마케팅 비용으로 3000억원이라는 돈이 그리 큰 액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 사이 세계 미술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신흥 부국의 컬렉터들은 이미 전통적으로 유명한 미국이나 유럽의 컬렉터나 미술관들이 소장한 작품과 같은 급의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무리한 구매를 감행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경매 기록을 경신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의 경우, 피카소가 마티스와 들라크루와의 영향을 받아 1950년대 중반에 스타일이 변화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리즈로, 피카소는 같은 제목으로 A에서 O까지 알파벳을 붙여 15점을 남겼다. 모두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유명 개인 컬렉터들 손에 소장돼 있다. 이런 작품이 시장에 나오면, 세계 최고의 컬렉션 대열에 들어가고자 하는 21세기 뉴페이스 컬렉터들은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게다가 서양미술사 대가들의 대표 작품은 계속해서 생성되는 게 아니라 공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은 과열될 수밖에 없다.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 가치’에 쓰는 돈은 더 과감해지기 마련이다.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100’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