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TV 종말시대에 플랫폼 장벽 허문 B급예능…‘고급진’ CG력 ★★★☆
이혜미=지상파 방송의 회심의 일격, 서버 폭주만 보완된다면… ★★★☆
정진영=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신호탄. ‘백주부’ 원츄! ★★★★
배우 소유진은 ‘예능대세’로 떠오른 남편 백종원이 출연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터넷 생중계를 보기 위해 서재에 들어갔다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결혼생활 금지 조항이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전용 마우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백주부 손이 커서 마우스도 크다고만 생각했는데…마우스의 실체, 넌 어디에서 왔니?” (소유진)
네티즌의 손이 분주해졌다. 소유진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글을 남편 백종원에게 전달하는 메신저가 된다.
“(아내가) 인스타그램에 마우스를 올렸어요? 정말 올렸어요? 쉬는 시간이 무서워져요. (아내) 전화도 받지 않을 거예요.”(요리연구가 백종원)
네티즌들은 다시 소유진의 인스타그램으로 향한다. 위기의 백주부를 구원하기 위한 ‘쉴드’글이 올라왔다. “그거 사무용이예요.”
이 드라마틱한 실제 상황은 지난 17일 저녁 다음TV팟을 통해 생중계된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때문에 빚어졌다.
TV는 오랜 시간 일방적인 전달 매체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TV는 이름도 얼굴도 거주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다. 창구가 늘어나자 TV의 권력은 처참히 무너졌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유일한 전달자였던 TV가 스스로의 권력을 허물고 시청자를 참여자로 끌어들였다. TV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인터넷 1인 방송을 과감하게 엮으며 기존 방송 포맷(형식)을 흔들었고, 플랫폼(인터넷, TV)을 넘나들었다.
‘마리텔’은 여러 명의 스타들(김구라 백종원 정준영 홍진영 EXID 하니)이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연출자이자 진행자가 돼 방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약 없이 자유로운 방송이 진행되니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극대화돼 새로운 예능스타(백종원 ‘백주부의 고급진 레시피’ 진행)도 등장한다.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각자의 채널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하면 TV 녹화분을 통해 ‘시청률’(접속자) 순위를 공개한다. 지상파 방송 콘텐츠 최초로 인터넷과 TV를 결합해 시청자와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끌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 소유진 부부와 네티즌이 합작으로 거둔 리얼예능의 성과는 이 덕에 나왔다. 방송가에선 ‘혁신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프로그램에 대해 타채널의 한 PD는 “이런 병맛 프로그램이 되겠냐 싶었다”고 고백했다. 설 특집 파일럿 방송을 앞두고 기획안이 입소문을 탔을 당시였다. 그런데 “진짜로 됐다. 그것도 지상파에서…“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프로그램이 아예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3월 케이블 채널 트렌디에선 연애 상담 프로그램 ‘오늘밤 어때’를 통해 아프리카TV의 일등 BJ 최군이 출연, 네티즌과 실시간 소통을 끌어냈다. 다만 인터넷과 TV를 결합시킨 프로그램 속 코너는 제대로 된 시도를 해보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그에 비한다면 ‘마리텔’의 현재는 꽤 성공적이다. 설 특집 파일럿으로 출발해 정규편성된 ‘마리텔’은 기막힌 포맷을 장착한 덕에 성과가 좋다. 시청률은 평균 5%대, 콘텐츠파워지수(CJ E&Mㆍ닐슨코리아)는 5월 첫 주 기준 15계단 상승(6위)했다. 프로그램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녹화분이 방송(토요일 밤 11시)되기 무려 6일 전 인터넷을 통해, 심지어 전 세계로 동시 생중계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재탕’ 방송이다. 제작진은 그 한계를 독특하게 극복한다. 기이한 CG(컴퓨터그래픽)과 자막을 통해서다. 요리 중 설탕을 몇 번 넣다 ‘슈가보이’라는 별칭을 얻은 백종원이 흑설탕을 대량투입할 때 ‘백주부’의 얼굴 위로 누런 폭포수를 뿌렸고, 그 아래로 ‘어떤 여론에도 꿋꿋이 슈가 기운을 퍼트리시니, 많은 이가 그 영광을 누리게 하시었도다-슈가복음’이라는 자막을 입힌다. B급예능의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인터넷의 세계는 TV와 달리 냉정할 만큼 평가가 잔혹하다. TV보다 소비 시간이 짧아 조금만 지루해도 ‘핵노잼’을 던지며 창을 닫아버리는 네티즌들의 ‘재핑’은 적나라하다. 플랫폼의 장벽을 부수고 태어난 참신한 포맷이나,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흥미를 주지 못한다면 더 빨리 ‘로그아웃’ 감이다. 출연자 개개인의 콘텐츠가 접속자 6만명(백종원)과 3000여명(산이)의 극과 극 결과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가 프로그램 전체를 향한 화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어차피 혁신엔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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