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낸 5조원대 투자자ㆍ국가 간 소송(ISD)이 18일(현지시간)부터 본격적인 증인 심문에 들어간다. 앞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지난 15일 론스타와 한국 정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심리를 열고 양측의 주장과 변론을 청취하는 초기 구두 심문을 진행한 바 있다.
증인에는 외환은행 매각 당시 승인권을 갖고 있던 금융당국과 경제부처 수장 등 26명에 이른다.
론스타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려 하던 시기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기까지 금융위원장으로서 대주주 적격성 논란과 광제 매각명령을 내리는 과정을 총괄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증인에 나선다.
센터가 채택한 증인은 이들 외에도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정진규 외교부 심의관, 성대규 전 금융위 국장, 조규범 전 OECD 조세정책본부장, 황도관 국세청 세원정보서기관 등도 포함돼 있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은 이번 1차 심리에 한꺼번에 출두하는 방식이 아니라, 쟁점과 심리 진행상황에 따라 심문에 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전 전 위원장과 김 전 위원장은 이번주 초 증인심문을 위해 ICSID에 출두할 예정이다.
▶먹튀 논란 론스타, 중재 신청 자격 있나가 쟁점=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론스타의 투자가 중재 신청 자격을 충족하는 지가 쟁점의 핵심이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자회사들도 한국과 벨기에 간의 투자협정에 따라 보호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ㆍ벨기에 투자협정에 따르면 ‘투자를 자국의 법령에 따라 허용한다(2조 1항)’는 적법성 규정이 있다. 한국 국내법을 준수하는 투자를 적법한 투자로 보는 것이다. 당시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아닌 법인이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 정부 승인을 얻어 은행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페이퍼컴퍼니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투자협정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다 무산된 게 한국정부가 승인 결정을 지연시켰기 때문인지도 쟁점이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사들였다가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매각을 지연시켜 HSBC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고, 2010년 하나금융과 3조9157억원에 매각하면서 2조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당시 외환은행 헐값매각 소송,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매각 승인을 해줄 수 없었다는 논리다.
▶론스타와의 질긴 악연…8000억원대 과세 정당한가?=오는 6월 29일부터 열흘간 열릴 예정인 2차 심리에서는 국세청이 스타타워 빌딩과 하나금융매각 수익 등에 대해 부과한 8500억원대 세금이 정당한지가 집중 논의된다. 스타시티 매각 관련 소송과 외환은행 지분 매각 관련 소송 등 국세청과의 끝없는 세금전쟁은 론스타와 한국정부의 질긴 악연의 상징이기도 하다.
론스타는 펀드를 조성해 벨기에에 스타홀딩스를 세우고 2001년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를 인수했고 이후 LSF-KEB홀딩스를 세워 외환은행을 사들였다. 벨기에 자회사를 통해 극동건설ㆍ동양증권 빌딩 등도 사들였다. 이렇게 사들인 자산을 팔아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냈지만, 론스타는 한국ㆍ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 상대국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조건을 들어 세금 부과가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 입장은 다르다. 론스타 벨기에 법인은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실질적인 의사결정과 이익은 모회사인 론스타에 있는 만큼 과세는 정당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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