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지난 120년간 내연기관차의 역사를 써온 자동차는 이제 전기를 동력삼아 움직인다. 전기차가 이제 더이상 전시장에 박제된 차가 아닌 일상생활에 깊숙히 파고든 차종이 된 셈이다.

2002년 첫 국내 개최 때만해도 관심이 높지 않던 ‘EVS28(세계전기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를 향한 남다른 관심도 이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EVS28의 대회장인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사진)를 4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전시장에서 만났다. 세계전기차협회(WEVA) 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30년간 자동차 분야 연구에 매진한 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02년 부산서 열린 EVS19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선우 교수는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02년엔 IMF의 후유증으로 경제도 안좋고 전기차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을 때라 분위기가 썰렁했다”면서 “올해는 조직위가 처음에 400개 부스를 만들었는데 부족해서 406개로 늘렸고, 총 144개업체가 참여했는데 그중 56%가 해외업체였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당시 대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적인 인연이 있던 로버트 스템플 GM 전 회장에게 이메일을 직접 써 섭외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대부분 연사를 그의 개인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섭외했다. GM사의 전기차 부문 총괄인 래리 T. 니츠 부사장, 르노사의 질 노만 아태지역 부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한국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선우 교수는 “전기차가 이젠 전시만 하는게 아니고 실생활에 다가왔다”며 “불과 5년전만 해도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2개였는데, 이젠 16개 회사가 전기차를 만든다. 전세계에 굴러다니는 전기차만 50만대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20년까진 전기차는 100만대 이상, 하이브리드 차종까지 합하면 300~500만대까지 팔릴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라고 전망했다.

이미 세계 자동차 5대강국으로 꼽히는 미국(GM), 독일(폭스바겐, BMW, 벤츠), 일본(도요타, 닛산), 프랑스(르노)에선 전기차 개발에 드라이브를 건지 오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전기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친환경차 구입시 보조금 지급이나 세제나 주차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선우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 5대 강국중 한국만 유일하게 전기차 관련 인프라(충전시설 등)가 빈약하다. 자동차산업은 국가의 중추 산업이기 때문에 우리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충전시설도 갖추고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 적극적인 베네핏 제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제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불과 5년 후인 2020년 유럽에서 차를 팔려면 CO2 배출량을 95g/km 이하로 맞춰야 한다. 2025년이 되면 (아직 확정안됐지만)75g/km 선으로 내려갈 것이다. 규정에 맞추려면 ‘전기차’라는 솔루션 없이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 CO2 규정은 130g/km선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S클래스-하이브리드를 출시하거나 BMW가 7시리즈 하이브리드를 앞다퉈 출시하는 것도 이같은 환경규제 때문. 특히 연비가 낮은 대형차종 위주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해 연비를 높이는 전략이다.

그는 또 “2020년에는 내연기관차도 주행중 정지상태엔 무조건 엔진을 꺼야하는 시대가 온다. 다방면에서 CO2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기술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한국시장은 전기차 분야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주요 핵심 부품인 배터리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EVS에 56%라는 해외업체들이 앞다퉈 참여한건 한국에서 소싱(sourcing)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부품 중 가장 중요한게 배터리인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지닌 인프라(배터리경쟁력)을 활용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의미다.

끝으로 그는 “미국에선 도요타 프리우스나 테슬라와 같은 친환경차를 타고다니면 사람들이 ‘존경(respect)’을 표시하곤 한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차값이 비싼 편이지만, CO2 배출량을 줄여 환경에 기여했다는 마인드를 갖는게 중요하다. 이번 EVS를 계기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