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ㆍ장필수 기자] “지난 겨울 굉장히 추운 어느날, 한 중년 남성이 가족들에게 ‘죽겠다’고 말하고 도봉산으로 갔다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산으로 가긴 했는데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몰라 대원들이 밤새 수색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 중년 남성이 찜질방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술김에 가족에게 ‘죽겠다’고 말한 거였죠.”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도봉산은 깊어져가는 봄을 만끽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그럴수록 산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도봉경찰서 산악구조대 대원들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등산객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사고도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족ㆍ실종과 같은 사고는 평지보다 산속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지난해 도봉산을 찾은 등산객은 약 280만명에 달했으며 그 가운데 추락사고 등으로 중상을 입은 사람만 60명에 이른다. 사망자도 6명이나 발생했다.

하강훈련을 끝낸 후 로프를 목에 걸고 있는 산악구조대. 왼쪽부터 최경락(50) 구조대장, 안병찬(25) 상경, 박귀호(22) 상경, 이인호(22) 이경
하강훈련을 끝낸 후 로프를 목에 걸고 있는 산악구조대. 왼쪽부터 최경락(50) 구조대장, 안병찬(25) 상경, 박귀호(22) 상경, 이인호(22) 이경

실제로 지난 15일엔 한 여성이 암벽등반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경락 산악구조대장(경위)는 “떨어지면서 나무에 걸려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100m 아래로 추락했을 수도 있었다”며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실종사고 역시 대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최대 739.5m의 높이에 서울과 양주, 의정부 등에 맞닿은 넓디넓은 도봉산을 구조대장과 5명의 대원들이 샅샅이 뒤지는 것은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만큼 어려운 일이다. 평지와 달리 기온변화가 급격히 이뤄지는 산속에서 구조작업이 지연되면 저체온증 등으로 쉽게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지난달 14일 밤 10시께는 치매 할머니 한 분이 도봉산으로 향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대원들의 가슴을 철렁케 했다.

휴대전화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가 이곳저곳에서 잡히는 바람에 정확한 위치 확인이 되지 않자 전 대원들이 이튿날 새벽 6시까지 밤새 산을 누벼 바위에 앉아있던 할머니를 찾아내 겨우 구조했다.

산속에서도 술은 사고를 부르는 주범이다. 등산객들 사이 시비가 붙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대원들은 전했다.

최경락 구조대장은 “자주 산에 오시는 분들은 안 그런데 오히려 가끔씩 오는 분들이 분위기에 취해 술을 마신다”면서 “순찰을 돌며 자제하라고 말하면 ‘니가 뭔데’라는 반응이다”고 씁쓸해했다.

황당한 일도 빈번하다.

임동수 수경은 “한 번은 등산객 한 명이 ‘너무 아파’라고 다급하게 소리쳐 달려가서 보니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헬기 불러 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황당했지만 이런 경우 그냥 ‘안 되겠네. 헬기 불러야 겠네’ 하면서 웃고 넘긴다”고 전했다.

봄철 산악 인파가 늘어날수록 실족ㆍ실종 등 ㅅ을 만끽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그럴수록 산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도봉경찰서 산악구조대 대원들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산악구조대 인근 바위에서는 암벽등반 및 하강훈련이 실시된다. 환자를 업고 바위를 내려오는 하강훈련중인 구조대원들
badhoney@heraldcorp.com
봄철 산악 인파가 늘어날수록 실족ㆍ실종 등 ㅅ을 만끽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그럴수록 산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도봉경찰서 산악구조대 대원들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산악구조대 인근 바위에서는 암벽등반 및 하강훈련이 실시된다. 환자를 업고 바위를 내려오는 하강훈련중인 구조대원들 badhoney@heraldcorp.com

이처럼 다양한 산속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비해 이들은 매일 체력훈련을 반복한다. 산행속도가 보통 사람들보다 2.5배정도 빠른 이유다. 압박붕대감기, 부목대기, 심폐소생교육(CPR) 등 응급처치 훈련도 매일 2시간씩 한다.

안병찬 상경은 “막상 사고현장에 도착하면 당황해서 교육받은 내용을 까먹는 경우도 있다”며 “습관화될 때까지 반복훈련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