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중대한 일로, 사회적 자원이 균등하고 투명하게 배분돼야 국가의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최근의 방산비리에 이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리스트와 관련한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부정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국가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요소로 포용적인 정치ㆍ경제적인 제도를 꼽았다. 약탈적이고 소수에게 사회적 자원이 독점되는 국가는 망하는 반면 협력하고 사회적 자원이 균형적으로 배분된 나라는 흥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실제 중남미 국가들과 중국은 공적자금 유용과 같은 부정부패 사건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페루의 경우 고위급 인사들의 부패사건으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 왔다. 지난 2000년 부패 스캔들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권이 실각했고, 2008년에는 원유 및 가스전 입찰권을 둘러싼 부정의혹에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석유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큰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익의 대부분이 정치자금으로 쓰여 1980년대 외채 위기를 맞기도 했다. 1993년에는 카를로스 페레스 대통령이 공금 횡령 혐의로 사임했다.

중국도 뇌물거래, 연고주의 등 부정부패가 국가의 존망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 7000여개 학교가 붕괴됐는데 당시 관료들은 뇌물을 받고 부실공사를 방관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는 세월호 참사 후 관료들의 안이함과 부패로 선박 수명이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된 사실이 밝혀졌던 사례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또한 정경유착의 부정부패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 왔다고 지적한다.

강성구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정책위원은 법과 제도가 아닌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부를 획득하면 정당한 노동이 인정받지 못해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의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보니 국가가 신뢰를 잃고, 신용이 저평가돼 외국 투자가 줄어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게 강 위원의 설명이다.

이에 부정부패 방지법과 함께 미국처럼 합법적인 로비활동이 가능한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호상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대통령 선거 때 합법적인 로비가 가능하고, 기부금을 받는 과정도 투명하도록 제도가 뒷받침 돼 있다”며 “부정부패 방지법과 제도를 마련해 사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논리가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와 같은 불법 정치자금과 부패를 전담하는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홍콩의 염정공서, 뉴질랜드 중대비리조사청 등은 법원의 영장 없이 조사협력을 요청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도 고위공직자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상설 특검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