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열두 명의 외국인들이 열띤 토론을 벌일 때 중재자 역할을 하고, 분위기 전환을 거들었으며, 적절한 순간에 개그 담당을 맡았던 ‘비정상회담’의 MC들마저 입이 열렸다. 이날 주제는 ‘외모 지상주의’였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20일 방송분에선 개그맨 김준현이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외모지상주의를 주제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비정상회담’의 모든 주제들이 그래왔지만, ‘외모 지상주의’ 역시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다고 말하기 힘든 문제였다. 외모로 인해 놀림을 당하다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공간으로만 파고 들어가는 것을 두고 자존감이 바닥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으며, 외모로 인한 컴플렉스로 잦은 성형수술을 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을 혹자들의 이야기처럼 ‘정신’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한민국은 이미 여러 조사결과가 말해주듯이 전세계 인구대비 성형수술 1위에 빛나는 ‘성형공화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강남 신사동, 압구정동 등의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뷰티벨트’로 묶이며 성형한류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알베르토는 “이태리도 한국과 비슷하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성형수술을 진짜 많이 한다”며 “나도 나쁘지는 않은 편인데, 그런 나도 힘들었다. 잘생긴 것뿐만 아니라 잘 차려 입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클럽에 가면 불편하다. 춤 추러 가는 게 아니라 패션쇼”라며 “예쁜 여자한테 가면 ‘네가?’ 이런 식으로 쳐다본다”고 말했다.

미디어는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미디어에선 ‘예쁘고 멋진’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그들의 외모를 끊임없이 칭송한다. 그러면서 너무도 빼어난 스타들의 외모를 미의 기준으로 만들어버린다. 예쁜 것, 멋진 것만이 정답이 된 사회에서 외모는 자연히 능력과 스펙의 동의어가 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 빚어지는 것이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지난해 5월 방송됐던 SBS ‘백 투 마이 페이스’의 사례를 보면 쉽다. ‘백 투 마이 페이스’는 지나친 성형으로 아픔을 겪은 5명의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희망자에 한해 성형복원 수술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방송엔 제각각의 이유로 성형 중독 수준에 달했던 일반인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당시 한 출연자는 자신이 성형수술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어린시절부터 너무나 예쁜 언니와 비교를 많이 당했다. 내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숨기고 싶어 겉모습만 화려하게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수술을 하니 더 창피해지고 더 숨게 됐다. 다른 사람들의 눈엔 텅텅 비어있는 내 모습이 다 보여 욕을 먹은 것 같다”는 20대 여성은 “수술을 하고 나면 좀 못해도 이해해주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성형수술이 얼굴을 바꿔주지만 내 삶과 인생은 바꿔주지 않았다”는 아픈 고백을 털어놓았다. 당시 이 방송의 지향점은 출연자들의 내면 치유에 있었다. 방송을 통해 이들이 고백했던 모습에서도 외모와 눈에 보이는 조건에만 집착하고 서로를 비교하며 주고받는 열등감으로 뒤엉킨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보여줬다.

이날 ‘비정상회담’에서 일리야는 이 같은 성형수술을 꼬집었다. 그는 “치료 목적이 아닌 성형을 반대한다. 성형수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지극히 상업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위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일리야의 이야기가 싫다”며 “지금 사람들에겐 완벽한 외모를 요구하는 권력(?)이 있다. (우리 모두) 한국말은 못해도 외모 때문에 뽑혔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들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외모’가 스펙으로 요구되며 ‘취업성형’이 흔해진 사회에선 얼토당토 않은 지적은 아니다. 또한 사회에서의 외모 가산점이란 의외의 곳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사례도 흔하다.

방송에선 급기야 두 MC 전현무와 성시경도 맞붙었다. “자녀가 외모에 불만이 있어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하면 시키겠냐”는 질문에 전현무가 찬성하자, 성시경은 “왜 성형수술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는데...”라며 그것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전현무는 “집착이 아니라 외모로 인해 상처받고 놀림을 당한다고 생각해보라”며 반박했다. 이 두 사람이 프로그램의 주제로 각을 세운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외모지상주의, 이로 인해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의 성형 사례에 대한 이야기의 주제를 마무리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결론은 실제 사례의 언급이다. 그것이 감동적인 이야기라면 시사점은 더 많다. 타일러는 이날 선천적으로 지방이 쌓이지 않는 병을 안고 자란 한 미국여성의 이야기를 꺼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괴물이니 죽어야 한다’는 족쇄를 달고 다녔으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성숙한인격으로 자라난 이 여성은 외부의 시선을 극복하고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일반적이진 않더라도 감동적이며 외모 집착에 빠진 사회에 귀감을 줄 만한 이야기였다.

외모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관적이라고 하는 말도, 외모보다는 내면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도 요즘 같은 사회에선 공허한 메아리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도 제각각이라 누군가는 대단한 자기애로 무장해 거울 속 자신이 최고로 보이고, 누구에게도 흠 잡을 데 없는 외모일지라도 누군가의 눈엔 스스로 못난 부분만 극대화되기도 한다.

배우 김현주는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지독한 슬럼프를 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데뷔와 동시에 전성기를 달렸고, 최고의 스타가 됐을 땐 일에 치여 로보트처럼 하루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한다. 쉬고 싶어 쉬었더니 일이 줄었고, 설 곳이 줄어든 자신을 바라보며 미움을 키워가던 때였다. “거울만 보면 제 얼굴이 너무 이상하고 못나보였어요. 사실 외모엔 아무 문제도 없었어요. 그런데 제 눈엔 너무 이상했어요. 이렇게는 TV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그 시기를 잘 보내지 못했다면 얼굴에 손을 댔을 거예요.” 그 때 김현주는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했다.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괜찮다. 괜찮다. 나는 예쁘다.” 그리고 김현주에겐 그 시기를 견딜 수 있게 도와준 친한 친구가 있었다. ‘비정상회담’도 방송의 말미 크든 작든 자신의 외모로 인해 힘들었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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