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벽이 드러난 전시장은 텅 비어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손가락 두마디 정도 크기의 회색 먼지 뭉치, 혹은 보푸라기 같은 것이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있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제서야 조각적인 형태가 드러난다. 사람의 형상 같기도 하고 어느 원시부족의 토템(Totem) 같기도 하다.

함진, 무제 23, 폴리머클레이ㆍ철사, 2011년 [사진제공=아마도예술공간]
함진, 무제 23, 폴리머클레이ㆍ철사, 2011년 [사진제공=아마도예술공간]

조각가 함진(39)은 벌레나 알약, 손톱 등 주변에 버려진 작은 부스러기들을 합성점토와 뭉개 정교한 오브제를 만들었다. 쉽게 지나치던 일상의 사물과 공간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그로테스크함을 버무려 새로운 리얼리티를 불어넣었다.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마도예술공간(용산구 한남동)의 ‘제 2회 아마도 전시기획상’ 수상자 강영희씨가 기획한 전시 ‘북극의 개념: 정신분열증적 지리학’이 13일 개최됐다. 작가들이 예술행위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을 ‘북극’이라는 지리적 설정으로 은유한 전시다. 함진 작가를 비롯, 로와정, 이아람, 이은새, 최대진 등 한국작가 5명과 중국 작가 장르, 프랑스 듀오아티스트 WATP가 참여했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