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30년 지난 외교문서 공개
우리나라 정상이 처음으로 일본에 국빈 방문한 1984년 당시 과거사 반성을 둘러싼 양국 간 치열한 물밑 외교 과정이 공개됐다.
30년 만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통해서다. 당시 일본은 어떤 수준으로든 일왕(日王)의 과거사 반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4년 초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무궁화 계획’이란 이름으로 우리나라 정상 중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관련기사 5면 1983년에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고, 무궁화 계획은 이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추진됐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일왕의 과거사 반성과 관련, “방일의 대전제이며, 한일관계의 미래상 정립의 전제이므로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솔직한 인정, 유감 표명 및 깊은 반성‘, ‘공식 발언 문서화 또는 최소한 만찬사에 포함’이라고 정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나 형식도 수립했다. 이에 일본 측도 “천왕(일왕)에 의한 과거사 언급은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임을 우리 정부는 파악했다.
실제 방일 기간 중 히로히토 일왕은 만찬에서 “금세기의 한시기에 양국 간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일왕이 과거사 발언을 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밖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당시 소련이나 미국이 아닌 중국과 일본을 통해 남북한 관계 전환을 꾀하려 한 ‘한강개발계획’도 언급됐다.
정부는 극비리에 이 계획을 타진했으나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진 못했다.
또 당시 ‘김일성 조기 퇴진설’이 불거져 정부가 긴급 대책을 마련했던 정황이나 소련이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시킨 이후 정부가 소련 외교관과의 접촉을 금지했다가 이내 다시 접촉을 허용한 배경 등도 공개됐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