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ㆍ장필수 기자] 지난 25일 오후 6시30분, 퇴근 시간에 찾은 서울 ‘교대역’은 어떻게든 지하철에 올라타려는 사람들과 반대로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했다.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가 무섭게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십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비집고 올라탔고, 일부는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닫히기 직전 무리하게 열차에 뛰어들어 몸을 구겨 넣었다. 미처 추스르지 못한 가방이 출입문에 끼어 문이 열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승객들은 “살짝 문에 끼인 정도인데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시민의 발 지하철이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만원인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우르르 몰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시민의 발 지하철이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만원인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우르르 몰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서민의 발 지하철, 발 밑이 가장 위험=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 탑승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는 열차-승강장 사이 ‘발 빠짐’ 사고다. 최근 3년간 225건이나 발생했다.

이날도 서울 지하철 5호선 충무로역의 열차 탑승구 앞 노란 정지선 바로 밑으로 ‘주의! 전동차와 승강장 간격 17㎝’ 라는 표지판 붙어있었다.

오른손에 지하철노선도를, 왼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있던 한 외국인, 지하철을 타며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을 확인했다. 이어 아이 손을 당기며 주의를 준 뒤 지하철에 탑승했다.

국토교통부가 권고하는 열차-승강장 간격의 안전 기준은 최대 10㎝이지만, 서울 전체 277개 지하철역 가운데 124개는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지하철 5~8호선 역사 중 19곳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20~25㎝다. 대부분 곡선 구간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열차-승강장 사이가 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승강장 발빠짐 사고는 특히 다리가 짧은 아이들이나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에게 위험하다.

신체나 휠체어가 틈새에 빠진 상태에서 열차가 출발하면 자칫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매일 지하철을 탄다는 전모(87ㆍ여) 씨도 “발 밑 간격이 넓어서 열차에 탈때면 꼭 아래를 보면서 문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오른다”고 말했다.

시민의 발 지하철이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만원인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우르르 몰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시민의 발 지하철이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만원인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우르르 몰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안전 위한 ‘스크린도어’ 관련 사고도 빈번=안전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도어 관련사고도 빈번하다. 최근 3년간 지하철 1~4호선에서만 10여건의 크고 작은 스크린도어 관련 사고가 접수됐다.

2012년엔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 역에서 70대 남성이 무리하게 열차에 승차하려다 스크린도어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졌고, 같은해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는 20대 여성이 스크린도어에 얼굴과 다리를 부딪치기도 했다.

접수되지 않은 건까지 합치면 스크린도어로 인한 사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승객들의 ‘안전불감증’은 쉽사리 가실 줄 모른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수역에서 이모(81ㆍ여) 씨가 문이 닫히고 있던 열차에 지팡이를 밀어 넣었다가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갇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광화문 역에서도 퇴근길에 오른 승객 중 일부가 “문을 닫는다”는 지하철 안내 방송에도 외려 열차에 뛰어들다 문이 닫혀 뒷걸음질 치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됐다.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박모(27ㆍ여) 씨는 “예전에 어떤 남자 분은 열차에 타려고 달려가다 스크린도어가 닫히며 몸을 세게 부딪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엔 민망한 듯 뒤로 물러섰지만 자칫 크게 다칠 뻔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양모(24ㆍ여) 씨는 “마지막에 탄 사람은 잡을 곳이 없어 출입문 위 벽부분을 잡으면서도 어떻게든 지하철에서 버티려 한다”면서 “문이 닫히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시민의 발 지하철이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만원인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우르르 몰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시민의 발 지하철이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만원인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우르르 몰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여유’ 갖고 무리한 열차 탑승 피해야=이런 상황에 서울 메트로는 교대역과 서울역 등 출퇴근 시간에 승객이 많이 몰리는 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4줄 서기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단순 캠페인에 그쳐, 문이 닫히는 열차에 무리하게 올라 타려는 승객들을 저지할 방도는 없다. 더욱이 사고가 나도 역무원 등에게 이를 알릴 ‘비상통화장치’가 승강장 양 끝에만 있어 쉽사리 접근하기도 어렵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부역장은 “항상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지하철 안전 사고를 주시하고 있다”며 “예전에 비해 관련 사고 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일부에서 관련 사고 등으로 스크린도어의 실효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스크린도어가 생긴 뒤 자살 등 여러 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지하철 문이 닫힐 것 같거나, 열차가 출발할 기미를 보이면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