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에서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진 조기 유학생들이 국내로 되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올초 치러진 국내 유명대학 편입학전형에는 미국의 명문 아이비리그 출신 유학생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들 ‘유턴 유학생’ 중 상당수는 해외 대학의 비싼 학비 문제와 국내 취업의 유리함 등을 이유로 국내로 돌아오는 선택을 내렸지만 “막상 취업이 유리하기는커녕 편견이 심하고 취업 장벽은 더 높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기 유학생들이 국내로 되돌아오는 것은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파나마에서 살다온 이보라(22ㆍ서울대 외교학) 씨는 “일류 대학을 가지 못할 거라면 굳이 해외에서 비싼 학비를 내고 중위권 대학에 갈 이유가 없었다”며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외국민 특례입학원인 SKY 아카데미 관계자는 “최근 중국 유학 중인 학생들도 시장 상황 등이 좋지 않아 국내로 대거 되돌아오고 있다”며 “유학 뒷바리지가 버거워진 5년여 전부터 역 유학생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전했다.
돈 문제 이외에도 ‘전략적으로’ 한국행을 택한 이도 있다. 길게 봤을 때, 결국 한국 생활을 할 거라면 해외 대학을 택할 것 없이 한국 대학 졸업장을 갖고 시작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택받은 극소수 유학생을 제외하곤 다국적기업 등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도 조기 유학생의 귀국을 부추기고 있다.
서유럽 대학을 마다하고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B(27) 씨도 “교포 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한국의 소위 일류 대학을 갈 수 있는 게 사실인데, 특히 한국에서는 일류 대학을 졸업하면 안정적 직장을 갖는 데 훨씬 수월하다는 게 한국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이들은 편견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호소한다. 조기유학생이 개방적 의견을 피력했을 경우 ‘외국물 먹었으니 그렇지’라는 식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라는 것이다. 해외에서 현지 적응에 실패했거나, 취업을 못해서 한국으로 유턴했다는 등의 편견도 이들을 괴롭힌다.
유학생활을 접고 국내로 들어와 서울대에 재학 중인 진모 씨는 “한국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외국에서 습득한 좋은 가치관을 다 버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작 문제는 국내 취업을 목표로 한국에 왔는데도, 역 유학 이력이 취업에 플러스는커녕 감점 요인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오민지(S여대 외식경영학) 씨는 “면접관들이 재외국민 학생은 한국 문화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짐작하고, 한국 기업에 융화되기 어렵다고 결론짓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독일에서 온 윤모 씨도 “면접 과정 대부분 조직 생활에 적응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서 시작하고, 긴장 탓에 발음이 조금 꼬일라 치면 한국어 능력 검증으로 이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면접전형까지 가는 것도 험난한 일이다. 교포출신인 C 씨는 “자기소개서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쓰면 된다지만, 기업 인적성 시험은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재외국민에게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재외국민 학생 중 상다수는 인적성 보는 대기업은 지원서를 아예 안 넣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물론 교포 학생들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행 결정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함현재(25ㆍ서강대 경영학) 씨는 “‘이 사람은 외국에서 살다 왔으니까 한국 전통에 대해 모를 거야’하고 지레짐작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런 색안경만 없어져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