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명절에는 시골에 내려 가다가 도로에 던져 놓고 유기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 설 연휴 때도 적지 않았어요.”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는 시민단체 동물사랑실천협회 임희진(46ㆍ여) 국장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 국장은 “너무 쉽게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서 애착심이나 책임감이 낮은 주인들이 멀리 이동할 때 번거롭고 불편한 걸 참지 못하고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에 주인에게 버림받는 반려동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이 등록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http://www.animal.go.kr/)에 따르면 지난 닷새간의 설 연휴 동안 신고된 건수는 총 218마리에 달했다.
명절 연휴에 반려견을 애견샵ㆍ애견호텔 등에 맡긴 뒤 찾아가지 않는 수법도 여전히 횡행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애견 미용샵을 운영하는 A 씨는 연휴 기간 동물을 맡겼다가 찾아가지 않는 손님들을 매년 겪는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들 대부분은 경기도나 강원도 같은 먼 곳에서 찾아 오면서, 첫 방문인데 장기투숙을 맡기고, 이후에는 강아지가 잘 지내는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고 연락을 끊는 게 특징”이라면서 “심지어 나중에 연락이 되더라도 “필요 없으니 알아서 처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뻔뻔한 주인도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설 연휴에도 다소 멀리서 온 손님이 장기 투숙을 맡기려 하자 A 씨는 심장이 덜컥했다고 한다.
도봉구 창동에서 10년째 애견미용과 호텔링을 해온 B 씨도 명절과 휴가철이 되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B 씨는 “지난 여름 휴가철에 강아지를 3일간 맡기면서 한참을 우는 여자 주인이 있었는데, 그 이후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더라”면서 “결국 수십번 시도한 끝에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사 간 아는 언니의 강아지’라고 말하는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 강아지는 결국 경기도 양주에 있는 유기견 센터로 보내졌다.
꼭 명절이나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유기견은 끊이지 않는다.
동대문구 답십리에 위치한 유기동물 보호센터 관계자는 “주택 재개발지역의 경우,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큰 개들을 키울 수 없다보니 개줄도 묶어놓은채로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줄을 끊으면 야생 들개가 되거나 끊지 못하면 그대로 굶어죽게 돼 구조하러 자주 나간다”고 설명했다.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러 버리려는 사람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임희진 동물사랑실천협회 국장은 “목걸이 형태는 하루 정도 밖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떨어지고, 심지어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설치한 반려견도 버려진다”면서 “칩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하면 다짜고짜 화를 내며 ‘강아지 키운 적 없다’고 하는 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TV에 나와서 유행했던 종들이 얼마 지나면 특히 많이 버려진다”면서 “동물에 대한 책임감이나 동물의 생명존중에 대한 인식변화와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