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크롤러’

‘도둑질하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라이벌 사진기자가 교묘하게 합성한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립니다. 대중에게 스파이더맨은 영웅에서 한순간 범죄자로 추락합니다. 영화 ‘스파이더맨3’의 에피소드 일부입니다. 영화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실제로도 언론이 보도 사진을 조작해 도마 위에 오른 일이 있었습니다. 2014년 한 방송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시찰 사진에 소형 무인기를 합성해 질타를 받았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원본의 채도를 높여 회색 연기를 검은 연기로 둔갑시킨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특정한 목적으로 가지고 객관 보도의 원칙을 저버린 경우였죠.

영화 ‘나이트 크롤러’(감독 댄 길로이)는 특종에 심취해 양심과 도덕을 저버린 이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나이트 크롤러’는 범죄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국에 팔아넘기는 이들을 뜻합니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루이스(제이크 질렌할 분)는 밤거리에서 ‘나이트 크롤러’들을 목격하고 흥미를 느낍니다. 그는 어깨 너머로 익힌 요령으로 범죄 현장을 찍어 지역 방송국에 팔기 시작합니다.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 분)는 점점 더 자극적인 사진을 요구하고, 루이스는 급기야 사건 현장을 조작해 카메라에 담기에 이릅니다.

나이트 크롤러 일에 적응해가는 루이스의 모습은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피범벅 된 운전자들이 널브러진 사고 현장에서 환희에 찬 미소를 짓고, 피해자와 눈이 마주쳐도 무덤덤하게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심지어 시체를 가리키며 ‘상품 가치가 있다’고도 말합니다. 물론 언론인 니나도 똑같은 ‘괴물’입니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선에서 가장 자극적인 영상을 내보내는 데 혈안이 됩니다. 루이스가 피해자의 가택에 무단 침입해 촬영한 정황을 눈치채지만 묵인합니다.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은 낯설지만, 우리 언론의 이면도 영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피해자에게 스스럼없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연출된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가 들통이 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시선을 끄는 이슈를 생산해야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언론의 생존법칙 때문이죠. 일단 대중이 몰리면 탄력받은 언론은 더욱 자극적인 ‘먹잇감’을 찾아나섭니다. 이 같은 악순환 속에서 사건의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거짓’을 원하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윤리적인 기대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영화의 결말은 모든 언론에 경종을 울립니다. 이는 대중이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마저 거둬들이는 불상사를 만들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