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과학기술은 인류의 ‘행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은 이야기지만 부인할 수 없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과학분야 기술 개발은 여전히 각국 정부들이 주도하고 있다.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미국만해도 과학 연구에서 개인이나 민간재단 기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호의 기부활동이 과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언급한다. 공공의 힘이 못 미치는 분야의 기술개발을 지원할 수 있어서다. 난치병을 고치고, 인공지능의 폭주를 막는 ‘안전한 개발’ 등을 지원하는 데 우리 돈으로 최대 수 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쾌척한 억만장자를 모아봤다.
빌 게이츠 MS공동창업자
1. ‘레전드 기부왕’ 빌 게이츠:난치병 백신개발 동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기부의 대명사로 불리는 억만장자다.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게이츠 회장의 지난해 기준 기부액은 302억달러다. 20일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순자산 792억달러의 40%에 육박한다.
이 기부왕은 최근 난치병 퇴치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자신과 부인이 함께 세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백신국제동맹기구(GAVI)에 향후 5년 간 15억달러(한화 1조65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지난달 말 선언한 것. 뒤이어 미국ㆍ영국ㆍ중국 등 각국 정부도 여기에 동참했다. GAVI가 이번에 약속받은 기부액 합계는 75억달러에 이른다. 게이츠 회장은 2000년 당시 GAVI의 설립을 돕기도 했다.
이번 백신개발 프로그램은 향후 5년 간 어린이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폐렴과 소아설사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데 집중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백신이 개발되면 전 세계 어린이 최소 500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됐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2. ‘현인(賢人)의 온정’ 워런버핏:장기이식 지원
빌 게이츠와 함께 글로벌 기부단체 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창립한 ‘오마하의 현인’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기부왕이다. 그는 2006년 기빙플레지 서약서에 “내 삶이 다할 때 까지 재산 99%이상을 내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돈만 199억달러. 자산(724억달러)의 27.4%에 이른다.
버핏 회장은 기부액 상당 비율을 제임스레드포드 장기이식증진 연구소에 기부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유명한 ‘저녁식사 경매’로 모인 돈도 이 연구소에 내놓는다.
그의 또 다른 기부창구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다. 국제 보건의료 확대를 기치로 내 건 이 단체는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민간재단 중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버핏 회장은 2013년 이곳에 20억달러, 작년엔 21억달러를 쾌척했다.
테드 스탠리 MBI 창업자
3. 테드 스탠리 MBI창업자:정신질환 신약개발 지원
수집품 제작판매업체 MBI를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미국의 테드 스탠리(83)는 지난해 과학 연구(단일분야 기준)에 기부를 가장 많이 한 개인으로 집계됐다. 그는 작년 7월 정신 질환 연구에 써달라며 생체의학 연구센터에 6억5000만달러(7200억원)를 기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 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정신 질환의 원인과 신약 개발에 있어서 획기적 성과는 최근 25년 동안 거의 없었다”며 “스탠리의 기부는 과학 연구 분야의 개인 기부로는 역대 최고액”이라고 전했다.
스탠리는 “정신 질환을 가진 다른 이에게도 행복한 결말을 선사하고 싶어 기부를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미국 기부 분야 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필란스로피’ 집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스탠리가 기부한 금액은 10억8000만달러(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가 보유한 자산(13억달러ㆍ2012년 추정치)의 83%에 달한다.
엘리 브로드
4. 엘리 브로드:유전병 퇴치 지원
미국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엘리 브로드는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다 주택개발사업과 보험회사로 억만장자대열에 합류했다. 자산이 72억달러인 그는 지금까지 35억 달러를 기부했다. 브로드의 기부액은 상당부분이 과학, 특히 생물의학 분야에 집중됐다. 그는 2004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가 공동설립한 생물의학연구소 ‘브로드인스티튜트’에 창립기금 1억달러를 내놓았고, 2008년엔 4억달러를 기부했다.
브로드인스티튜트는 사람의 유전자지도에 해당하는 ‘인간지놈(genome)’의 의학적 활용을 위해 설립됐으며, 질병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5. 엘론 머스크:인공지능의 ‘폭주’를 막자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도 과학분야에 거액을 내놓은 억만장자 중 하나다.
순자산 122억달러를 보유한 머스크의 기부 분야는 ‘인간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AI)’연구다. 이 연구는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도 있는 AI가 통제 가능한 상태로 개발돼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를 주도하는 곳이 바로 ‘삶의미래연구소(FLI)’ 다. 스티븐 호킹 캠브리지대 이론우주연구센터 디렉터 등이 FLI의 과학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15일 엘론 머스크는 “인류에 혜택을 주는 인공지능 글로벌 연구 프로그램을 위해 1000만달러를 기부했다”고 이 연구소 발표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이날 “선도적인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의 안전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난 그들의 견해에 동의하며 인공지능 연구가 인류에 유익한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