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총리 인준안 처리 16일로 연기했지만…
양측 여론 지켜보며 전열 재정비 유승민 “하루만에 말바꾸기” 발끈…與 “더는 양보없다 16일 반드시 처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16일으로 미뤄지면서 일단 여야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큰 싸움을 앞둔 재정비의 시간을 갖게 됐다.
‘단독처리 강행’과 ‘표결처리 불가’라는 양보없는 대립에 자칫 파국을 맞을 뻔 했던 국회가 일단 한숨 고르게 되면서, 각 당은 자체 손익계산이 분주하면서도 복잡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 사흘 뒤 표결에 대비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돌연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여야 공동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제의했고, 이에대해 여당은 하루만에 말바꾼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상황은 다시 한번 급변했다.
▶野, ‘최선 다했다’ 명분 얻고 ‘총리 낙마’ 부담 덜고=문 대표의 여야 공동여론조사 전격 제안은 이 후보자에 대해 싸늘한 여론을 근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의 총리직 임명이 ‘적합하지 않다’ 41%로 ‘적합하다’의 29%에 크게 앞섰다. 야당은 이 후보자에 ‘부적격’판정을 내리고 총리 인준에 반대하는 것을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여당을 향해 역공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본회의 연기를 통해 새정치연합은 명분을 얻고 부담은 덜었다는 자평이 줄을 잇고 있다. 인준 부결이 최선책이지만 여당의 표가 분산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의석 숫자에서 밀리는 만큼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무기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본회의 연기는 새정치연합에게는 ‘최선을 다했다’,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안겨줬다.
세번째 총리 후보자 낙마에 따른 국정 공백 부담도 덜었다. 안대희, 문창극에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청와대 개각이 늦어지고 그만큼 국정 공백 기간도 길어진다. 새정치연합도 ‘발목잡기’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 대표 역시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당의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다. 번번이 국정을 발목잡는 것 같은 모양을 원하지 않는다”고 부담감을 보이기도 했다.
16일 본회의가 열리면 새정치연합의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인준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본회의 참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지만 참가하더라도 표결은 보이콧 할 공산이 크다.
한 야당 관계자는 “사실 표결을 막을 현실적인 무기는 없다. 하지만 12일에 단독이든 합의든 인준안이 처리됐다면 야당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여론의 비난이 있었을 것이다. 16일로 연기하면서 이같은 비난에서 다소 자유롭고 인준에 대한 부담은 덜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 “더는 양보없다…16일 반드시 처리”=본 회의 연기 다음날인 13일 야당의 공동여론조사 제안을 접한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여당의 의지는 단호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양당 원내대표간의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하더니 국회의장 중재하에 합의가 도출된지 몇시간도 안돼 말을 바꿨다”고 유감을 표시하며 “16일 임명동의안 처리가 당초 합의한 대로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반대 입장을 못박았다.
유 대표는 그러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표결이 되도록 의결 정족수 채워주길 부탁한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는 청문회와 표결 일정 연기에 한발 물러서며 야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 충분한 명분을 세웠다는 자체평가가 우세했다. 단독 처리 시도가 ‘날치기’로 비쳐졌을 때 직면할 야당의 공세와 여론 반발을 사전에 차단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의견 역시 대체적이었다.
인사청문특위에서 활동했던 한 초선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일정대로 12일 처리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야당의 요청으로 표결을 미뤄줬으니, 16일 본회의에 야당이 들어오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야당에 표결 처리의 화살을 돌렸다.
다른 중진의원 역시 “어찌됐든 간에 여야 합의로 날짜를 잡았고 (표결의) 모양새를 갖췄으니 이게 정치 운영의 묘 아니겠나. 찬성이든 반대든 간에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일정을 진행한다는 게 중요하다”며 여당이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을 애둘러 강조했다.
유재훈ㆍ김기훈ㆍ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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