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북쪽에 매달린 크림반도는 전쟁의 상징이다. 서구 열강과 러시아 등의 충돌점이어서 동로마,투르크,몽골 등 역대 지배세력의 군사요충지였다. 최근 러시아가 집어 삼키면서 우크라이나와 서유럽의 항전에 직면해 있다. 피비린내 나는 민중항쟁을 그린 영화 ‘전함포템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크림은 그러나 뛰어난 자연풍광 속에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곳이다. 바람난 안나의 위선적 생활을 밀도있게 그린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배경지이다. 톨스토이, 체호프, 막심고리키가 이곳에서 어울리며 문학적 상상력을 키웠다.
이 곳에는 독일 부자가 애인을 위해 절벽위에 세운 제비성<사진>,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별장이던 리바디아 궁전, 2500년전 건설된 고대도시 흔적 케르소네소스 등 볼거리도 많다. 포도주가 유명한 얄타는 다양한 문물이 숨 쉬고, 오렌지족이 넘치는 문화휴양도시이다.
1945년초 러시아 스탈린은 동유럽을 차지한 뒤 얄타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 전범 일본과 독일에 마지막 한방을 먹이기 위해 영국 처칠과 미국 루즈벨트가 만나자고 했더니, “아쉬운 쪽이 얄타로 오라”고 해서 성사된 게 얄타회담이다. 이때 서명날인된 내용은 동서양 전범국의 점령지에 대한 소련의 지분을 인정하는 내용의 땅 나눠먹기였다.
한반도가 두 쪽으로 갈리게 되는 통탄할 회담이었다. 원폭 한 방이면 됐는데, 그때 서방이 소련을 끌어들이지만 않았더라면…. 아쉽지만, 부질없다.
가슴 아픈 얄타회담이 열린 지 11일로 꼭 70년이 지났다. 오늘날 전장이 된 크림반도의 얄궂은 운명, 얄타의 아픔은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이다. 이젠 우리의 평화, 우리가 만들 수 밖에 없다.
함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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