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서울 서초구 방배동 H아파트에 사는 Y모(46)씨는 최근 금강제화 계열의 스포츠화 전문 판매업체인 ‘레스모아(대표 김정훈)’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한 매장에서 신발을 구매했다가 일그러진 상혼(商魂)을 목격하며 쓴맛을 다셔야했다. Y 씨는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의 신발이 없으니 선지불하면 원하는 날짜에 배송해 주겠다”는 매장직원의 다짐을 받고 신발을 구매했지만 약속한 배송일이 이틀이 지나도록 물건을 전달받지 못했다. 이에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매장에 전화를 걸었던 Y 씨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매장직원은 “이미 배송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배송받은 일이 없다'는 Y 씨 답변에 “자신들이 택배를 의뢰한 한진택배(주)에 직접 전화해 확인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배송을 약속하고서도 구매자가 직접 배송 의뢰도 않은 한진택배에 직접 확인해보라는 매장직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 Y 씨는 “한진택배에 배송의뢰한 것은 매장이므로, 레스모아측이 직접 파악해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답을 기다렸던 Y 씨는 얼마뒤 직원의 전화를 받고 또한번 황당함을 경험했다. “택배기사가 반포동에 위치한 같은 이름의 아파트로 배송했는데, 한 개 동인 아파트라 주소에 적힌 같은 호수의 집에 배달했다고 한다”는 대답이었다. 반포동에 같은 이름의 한 개동 짜리 아파트가 있었다는 듣도보도 못한 얘기에 의구심을 품었던 Y 씨는 이튿날 배송을 맡았던 한진택배 반포영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고 세번째 놀랐다. 영업소측은 “방배동에 배달해야할 물품이 분류과정에서 반포동으로 옮겨진 것 같다. H 아파트 한 개동에 전달했는데, 배송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방금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직접 물품을 배송했던 한진택배 소속 직원은 “H 아파트가 아니라 D 아파트에 배달했다. D아파트엔 여러동이 있는데 동을 확인않고 호수만 보고 배달했다. 물품을 전달받은 측에서 반환한다고 했지만 바빠서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레스모아 매장직원이나 한진택배 직원 모두 다른 주장을 하고 있었다.
Y 씨는 “이해할 수 없는 상혼이다. 고객과의 약속을 깬 것도 모자라, 잘못된 배송의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나몰라라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더이상 믿고 거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Y 씨 사례처럼 택배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해 구매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번 배달사고의 경우 판매측인 레스모아의 허술한 고객관리와 한진택배의 잘못된 배송시스템이 빚어낸 결과로 확인됐다. 레스모아는 한진택배와 계약을 맺고 일체 주문상품에 대한 배송을 한진택배 측에 의뢰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배송한 물품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는 서비스가 없다. 이 때문에 주문한 물품이 전달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고객의 항의전화가 있을 때까지 배송의 문제가 있는지 파악 조차 못한다. 한진택배는 특히 배송일손이 모자라는 데다 비정규직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어 배송관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모아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배송시스템 관리의 문제라는 점에서 잘못을 인정한다. 앞으로 배송확인 전화를 걸도록 하는 등 고객편의를 위한 배송서비스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이러한 택배사고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물품배송 지연, 배송중 파손, 도난 등의 피해 접수가 잇따르고 있고, 인터넷 시민고발 사이트에서는 택배 사고로 인한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김모(38)씨는 “친정 어머니가 택배로 보낸 된장이 배송을 약속한 기일 보다 사흘이나 늦게 도착한 것 뿐만 아니라 ‘깨지는 물품이 들어있으니 주의하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도 안에 있던 된장항아리가 깨져 된장으로 뒤범벅 된 박스를 전달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택배회사는 직원에 책임을 물었고, 직원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해 분통을 터트린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