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로 인해 아나바다(중고 다시 쓰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중고 거래를 악용한 각종 사기가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대가 가세해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 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그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거액의 돈이 오가는 자동차 중고 거래 시장에서 주행거리, 사고 여부 등을 조작해 중고차를 판매하는 이른바 ‘차량 스펙 사기’는 이미 고전적인 수법이 됐다.
최근에는 중고차의 차주 행세를 하며 대포 통장으로 돈만 가로채는 경우부터 중고 차량을 매개로 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는 등의 사기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 부산에서는 교통사고로 크게 파손된 외제차량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억원대의 돈을 빌린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중고 물품을 미끼로 한 10대들의 대담한 사기행각도 증가추세다.
지난달 27일에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 것처럼 속여 돈만 받아 챙긴 A(16) 군 등 10대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만도 60여명에 달했다. A 군 등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중고물품 매매사이트에 스마트폰과 문화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팔 것처럼 속여 60여명으로부터 1200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종이 쓰레기나 돌덩이 등을 택배로 보내고 피해자들에게 “쓰레기 잘 쓰라”며 조롱을 즐기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A 군 등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해 중고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등 치밀한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계절 아이템을 활용한 중고 사기도 극성이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봄 가을에는 등산용품 등의 중고상품을 미끼로 한 사기가 빈번하다. 카톡 등의 수단으로 연락을 취하다 돈만 받고 사라지는 일명 ‘먹튀’ 사기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C 군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한 중고 판매 인터넷 커뮤니티에 “에어컨을 판다”는 글을 올려 가정주부를 포함한 51명에게서 1100여만원을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 51명 가운데 에어컨을 주문했다가 돈만 떼인 사람이 30여명에 이르렀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지나치게 저렴한 중고 물품은 의심을 해 봐야 하며 현금 결제보다는 신용카드 거래를 하는 것이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넷두루미’(http://net-durumi.netan.go.kr)나 ‘더치트’(www.thecheat.co.kr) 등에서 판매자의 연락처와 이름, 계좌번호 등을 검색해 상습 사기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황유진 기자/